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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대한민국 청소년 24시, 무너지는 아이들(上-학교)

폭력에 멍든 아이들… 학교폭력 관심 늘어나도 현장은 그대로

대면 활동 증가 이후 학교폭력 증가세… 정서적·사이버 폭력 확산

학교폭력 후유증 호소하는 피해자들… “성인 돼도 그때 악몽 떠올라”

“피해자에 책임 전가 분위기 여전… 원활한 복귀에 학교 측 나서야”

기사입력 2022-08-01 00:07:00

최근 한 중학생이 경찰서에 난입해 기물을 부수고 경찰차 위에 올라가 난동을 피우는 동영상이 화제가 됐다. 이 학생은 전과 18범으로 알려져 사회에 충격을 줬다. 하지만 해당 학생은 형사책임연령인 14살보다 어린 13살이어서 경찰이 입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심심치 않게 형사미성년자들의 범죄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이 이들의 재범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스카이데일리는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를 ‘대한민국 청소년 24시’(부제: 무너지는 아이들)로 선정하고 요즘 청소년을 둘러싼 학교 안팎의 환경과 문제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 등을 두 편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수많은 아이들이 학교폭력에 노출돼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별취재팀=한원석 부장|양준규·신성수 기자]
전에는 철없는 어린아이들의 장난 정도로 받아들여지던 학교 폭력은 그 심각성과 폐해가 알려지며 점차 사회 문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연예계, 스포츠계 등을 중심으로 유명인의 학교 폭력을 폭로하는 ‘학폭 미투’가 연달아 나왔다. 최근에는 걸그룹 ‘르세라핌’ 소속 멤버였던 김가람씨가 학교 폭력 논란으로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는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이들의 주변 인물, 관련 전문가들을 통해 현재 학교폭력 현황과 문제점 등에 대해 총체적으로 짚어봤다.
 
욕설·조롱·인격 모독·온라인 폭력 증가… 알몸 합성 사진 퍼트리기도
 
정서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기에 당한 육체적·정신적 폭력은 학교를 졸업한 후의 삶에도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과거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시간이 지난 후에도 학교폭력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교폭력 피해자는 “주기적으로 맞다 보니까 누가 손을 위로 움직이기만 해도 무서워서 과민반응을 하게 됐다”며 “가해자가 자기가 아는 애들에게 이걸 알려서 다들 찾아와서 팔을 휘두르면서 놀리는데 무섭고 창피해서 죽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뉴스에 학교폭력 관련 뉴스가 나오면 예전 기억이 되살아나서 온몸이 떨린다”고 하소연했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부모는 “중학교 때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했는데 학교에 가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교복 입은 사람만 봐도 피해서 고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해서 방에 틀어박혀 있다”며 “가해자들은 멀쩡하게 생활하고 있는데 왜 피해자인 우리 아이는 저렇게 됐는지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감소했던 학교폭력은 엔데믹(풍토병화)을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대면 활동 증가로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 서울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폭력 신고 건수와 검거 인원수는 2020년 보다 각각 26%(1268건), 4%(68명) 증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교폭력 범죄 유형을 분석한 결과 폭행·상해, 금품갈취가 각각 47.3%, 11.6% 감소해 전형적인 학교 폭력인 물리적 폭력이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비해 모욕·명예훼손 등 정서적 폭력과 성폭력이 각각 72.3%, 28.5%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학교폭력 신고자는 초등학생이 56.0%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 24.3%, 고등학생 15.3% 순이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임수진] ⓒ스카이데일리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장소는 학교 밖(56.4%)이 학교 안(32.7%)보다 많았다. 특히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폭력 중 온라인 등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학교폭력이 크게 늘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학교 폭력은 메신저에 익명으로 욕설이나 조롱, 인격 모독성의 메시지를 연달아 보내거나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노출하는 등의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이러한 학교 폭력은 적발된 사례도 적고 이에 대처할 제도도 미비하기 때문에 제대로 파악하고 조치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관계자는 “학교 폭력 피해자에 대한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한 아이가 휴대폰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을 보더니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린다고 하면서 숨었다”며 “이야기를 나눠보니 가해 학생이 자기 얼굴과 알몸사진을 합성한 사진을 퍼트린 적이 있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트라우마나 나쁜 기억은 종종 현실 생활 그 자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많다.  
 
가해자 처벌·분리 제대로 안 돼… 신고하면 ‘일러바치는 애’ 낙인
 
이처럼 학교 폭력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이를 감지하고 처벌하기 위한 시스템도 마련됐다. 교육부와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소가 배포한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에 따르면, 학교폭력의 징후가 감지되거나 신고가 접수되면 관련 학생 안전조치, 보호자 연락 등의 조치를 하고 사안 조사에 들어간다.
 
이후 학교장 자체 해결 요건 충족 여부 심의 및 피해 학생·보호자의 심의위원회 개최 요구 의사를 확인한 후 요건 충족·동의가 이뤄지면 학교장 선에서 자체 해결한다. 하지만 요건 미충족이나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과 교육장의 조치 결정을 거쳐 피해 학생 보호조치·가해학생 선도저치·가해학생 조치사항 학교생활기록부 기재·가해학생 보호자 특별교육 등을 실시한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이러한 사안 처리가 아직 정착하지 못한듯 싶다. 학교 폭력 문제 전문가인 노윤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사월)는 “학교 폭력에 대한 인식은 개선이 됐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방관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며 “가해 학생 처벌과 피해 학생 보호를 한다고 해도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분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 학생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호진 변호사(법무사무소 유일)는 “학교폭력예방법은 행정절차이기 때문에 피해자나 학부모가 형사상의 처벌을 원할 경우 소년법을 따로 적용해 보호 처분을 받게 된다”며 “다만 학교폭력으로 처벌이 행해져도 가해자가 다시 학교 폭력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 학교폭력 대처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함께 학교폭력심의위원회 등이 운영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사진=교육부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캡쳐]
 
학교 폭력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이유 중에는 이를 신고하기 어려운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별 것도 아닌 것으로 신고하는 애’로 낙인찍히기 싫어서 망설이게 된다는 것이다.
 
한 학교폭력 상담사는 “청소년 상담 전화를 받으면 학교나 경찰에 전달이 되는지를 먼저 물어보는 아이가 많다”며 “신고되지 않은 사례이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구할 수는 없으나 체감 상으로는 주변에 알리지 않고 자기가 대처하려고 하는 욕구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학교폭력의 정의가 모호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청소년들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혼란이 생긴다는 얘기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인 푸른나무재단 관계자는 “학교폭력의 판단 기준은 피해자 중심이기 때문에 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피해자가 장난으로 넘어간다면 학교폭력이 아니지만 피해자가 학교폭력이라고 느끼고 신고해야 관련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청소년들은 주변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나쁜 사람 취급을 받을까 봐 그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한다”며 “피해자가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예전에 있었던 일을 꺼내 자기도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해서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쌍방에 대해 심의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방지를 위해 이를 완전히 근절할 수는 없지만 학교폭력을 잡아내기 위한 수단을 최대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피해 학생들이 학교로 원활히 복귀할 수 있도록 학교측이 적극 나서야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문 심리 예술 치유기관인 해맑음센터 이동원 팀장은 “요즘 학생들이 학교폭력 처벌 제도나 양상 등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기가 크게 처벌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서슴없이 저지르기도 한다”며 “최근에 학교폭력전담경찰관 인원 확대나 CCTV 추가 설치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학생들이 또 피할 방법을 찾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잡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이 팀장은 “학교폭력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사례가 적기는 하지만 보호시설에 학교 선생님이 찾아왔을 때 훨씬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아이들이 보호시설에서는 잘 지내다가도 결국은 학교로 와야 하는데 그 학교에서 어떻게 지낼지, 가해 학생과의 분리는 어떻게 이뤄질 지 등을 확실하게 정하고 알려줘야 아이들도 안심하고 돌아갈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양준규 기자 / jgyang@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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