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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한 범죄 사례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정부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청소년을 대할 때 예전처럼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가 아닌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실태를 살펴봤다.
청소년 범죄의 시작점… 가정의 무관심 속 그들만의 '가출팸'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경우 학교 자체 징계 위원회나 ‘학교 전담 경찰관’ 제도 등을 통해서 처벌을 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반면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경찰서로 넘어가고 경찰은 법에 따라 처벌을 하지만, 청소년이 저지르는 대부분의 경범죄는 보호자에게 인계되며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이렇게 처리할 수 없는 강력 범죄의 경우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2017~2019년 청소년 범죄 현황을 보면 살인·강도·강간·추행·방화 등 강력범의 경우 2017년 2312명에서 2018년 2272명으로 소폭 줄었다가 2019년 2367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청소년들이 많이 몰리는 수원역 인근 경찰 지구대 관계자는 “밤 10시 이후 청소년 실종 신고나 술집 등에서 나이를 속이고 술을 마시는 등의 명의도용 관련 신고가 가장 많다”고 귀뜸했다. 이 관계자는 “실종 신고의 경우 피시방이나 당구장 등에서 아이를 찾아 부모에게 인계하면 사건이 종료되며 술이나 담배 같은 경우는 오히려 미성년자에게 판매한 업주가 처벌받을 뿐 미성년자에게는 직접적인 타격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대학가 인근이나 유흥시설이 밀집된 곳에 생각보다 청소년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며 “본인들이 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서 잘못을 저지르고도 죄책감을 못 느끼는 아이들이 많은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청소년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본인들이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범죄행위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고 더 과감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렇듯 학교 밖에서 경범죄를 포함해 다양한 청소년의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적절한 제재 방식이 정해져 있는 학교와는 달리 학교 밖에서 더한 범죄가 일어나는 것의 가장 큰 원인으로 관련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가출’을 꼽았다. 미성년자는 본인들이 하는 행동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을 질 나이도 아니고 스스로 판단할 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다. 따라서 옆에서 교육하고 관리해줄 보호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가출’을 한 아이들은 그런 보호자가 없어 본인이 스스로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켜야 하는지 판단할 수 없어 적잖은 사회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2019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펴낸 ‘가정 밖 청소년 자립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가출의 74.2%가 가정 내 갈등이나 폭력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 내에서 폭력적인 장면을 목격하고 겪은 아이들은 밖으로 나와 본인들이 보고 당한 것들을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그런 아이들이 모여 ‘가출팸’을 결성한다면 그 안에서 지속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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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팸’의 경우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끼리 모였지만 그것을 이용해 범죄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 청소년들끼리 모여 본인들끼리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돌아갈 곳이 없는 점을 악용해 청소년들을 모아서 성매매 등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16%의 아이들이 불법이나 탈법적인 일자리를 경험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2014년 발생한 ‘김해 여고생 시멘트 암매장 살인 사건’의 경우도 범인은 10대 여학생과 20대 남성들로 구성된 ‘가출팸’이었다. 2019년 수면 위로 드러난 ‘오산 백골시신’ 사건 또한 20대 남성 3명이 운영하던 ‘가출팸’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가출팸에서 폭력 및 가혹행위를 일삼으며 탈퇴하고자 하는 청소년에게 감금·협박을 하는 등 잔혹한 운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가 탈퇴한 뒤 경찰에 범죄를 신고하자 결국 피해자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청소년 쉼터의 운영과 지속적인 관심만이 답
대부분의 청소년 범죄가 한창 관심이 필요할 나이에 가정의 무관심으로부터 시작된 ‘가출’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지며 이들을 관리하고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하는 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성남시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쉼터는 전국적으로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받아주고 있으며 단순한 의식주뿐 아니라 재판 등 법적인 문제까지 해결해 주는 단체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아이들을 지켜주는 트럭(아지트)’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청소년들이 모인 곳에 트럭과 버스를 몰고 나와 아이들을 직접 만나서 상담하고 간식거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지트 관계자는 “아이들이 가정을 나와 가출팸을 구성하고 방황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라며 “그런 아이들이 자주 모이는 곳에 트럭을 몰고 나와 간식거리를 제공하거나 상담을 해주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적으로 더 이상 ‘가출 청소년’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가정 밖 청소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라며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그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받아들여야 아이들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고 올바르게 자랄 수 있다”고 밝혔다.
2017년 국가 인권위원회는 ‘가출 청소년’이라는 용어에 부정적인 인식과 비행 청소년이라는 인식이 있다는 것으로 보고 ‘가정 밖 청소년’이라는 용어로 바꿔야 한다는 정책 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2021년 2월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가정 밖 청소년’이라는 용어를 법률적 용어로 정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아지트’를 이용하는 A(18)양은 “주변의 권고로 한번 이용하게 됐는데 선생님들이 상담과 조언 등을 끊임없이 해주고 항상 제 얘기를 귀 기울여 들어준다”라며 “누군가 내 얘기에 집중해주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심리적으로 가장 큰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가정 밖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우리사회의 따뜻한 관심이다.
권일남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청소년기의 특성상 몸을 움직이고 에너지를 발산시켜야 한다”면서 “가정 내에서 부모와의 갈등 등이 발생하면 그런 에너지가 옳지 않은 방향으로 발산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결국 범죄 또한 그런 에너지의 잘못된 분출의 일부분”이라며 “상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앞으로 다양한 체험을 통해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올바른 에너지의 발산을 도와주는 것이 청소년의 올바른 성장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그것이 범죄율을 낮출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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