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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 <25회> 해원이 해원이 아닌 이유
최악의 경우 아래로 확 밀어버릴 생각이었다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01 09:10:35
수빈은 조심히 눈을 떴다. 중환자실이라 간호사들이 더러 왔다갔다 했지만 몸을 크게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시선을 끌지는 않을 것이었다. 사실 깁스를 하는 동안 몇 번이나 눈을 뜨고 싶었지만 겨우 참고 있었다.
 
선우와 화영이 응급차까지 함께 타고 올 줄은 몰랐었다. 응급차를 타고 오는 동안 선우는 내내 옆에서 수빈의 한쪽 손을 잡아 주었다. 아마 다른 손으론 해원의 손을 잡고 있었으리라.
 
죄송하지만 대일병원으로 갈 수 있을까요?”
 
선우가 묻자 구급대원은 자기들은 지정된 병원으로만 환자를 이송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지역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대일병원이 얘네 집이에요. 바로 이 근처잖아요.”
 
화영이 답답한 듯 나서자 선우가 얼른 가로막았다.
 
제가 대일병원에 응급 준비 부탁을 드려놨어요. 바로 근처예요. 혹시 문제가 생기면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해 애써주는 선우 마음이 느껴져 눈물이 솟을 뻔했지만 수빈은 억지로 참았다. 수빈이 눈을 뜨게 되면, 그리고 거기 있는 사람들과 시선을 마주치게 되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설명해야 할 것이었다. 왜 해원과 자신 사이에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꼭 말을 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사고라고 거짓말을 해야겠지만 사고는 아니었다. 모두 수빈이 의도한 것이다. 처음엔 겁을 주려고 서재 베란다로 끌고 간 거지만 최악의 경우 아래로 확 밀어버릴 생각이었다.
 
그 상황에 해원이 갑자기 밖으로 뛰쳐나갈 줄 몰랐다. 수빈은 두 손으로 해원의 어깨를 꽉 잡고는 난간에 기대놓고 상체를 힘껏 밀쳤었다. 해원의 어깨 너머로 24층 아래가 훤히 눈에 들어오는가 싶더니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상체를 훅 일으키며 한쪽 발로 수빈의 정강이를 걷어차고는 집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호텔에서부터 해원은, 아니 수빈은 그 사람이 해원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해원이 아니었다. 절대 해원일 수 없었다.
 
호텔에서부터 해원이라고 말하는 그 여자는 수빈을 계속 따라다녔다. 나중엔 화장실까지 따라왔는데 수빈이 손을 씻자 그 여자도 나란히 옆에 서서 손을 씻었다.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니 옆의 해원이 수빈을 보고 웃고 있었다. 너무 섬뜩해서 수빈은 얼른 밖으로 나와 크리스탈볼룸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거울에 비친 해원의 오른쪽 손목에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이건, 어릴 때 할머니 집 펄펄 끓는 가마솥에 화상 당한 흉터야. 팔 위쪽은 수술로 아주 깨끗해졌는데, 손목은 수술을 두 번이나 했는데도 혈관이 많고 피부가 얇아서 쉽지가 않대. 고등학교 1학년 둘이 짝이 되었을 때 해원이 손목시계를 벗고 상처를 보여주었었다. 그래서 나는 시계를 오른쪽 손목에 차고 다녀.
 
하지만 선명했던 그 자국이 아주 깨끗하게 지워져 있었다.
 
[: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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