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정부·정책
[이슈진단]-국토부 사회간접자본 예산 감축 논란
연이은 대형 자연재해 속 SOC 예산 줄여도 문제없나
내년 SOC 예산 10% 감소한 약 19조8000억원… 자연재해 급증에 우려 커져
1970~80년대 지어진 SOC 노후화 심각… 2030년 전체의 44.3% 전망
SOC 자본스톡, GDP 대비 21.5% 불과… 선진국 대비 SOC 예산 규모 작아
김재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23 00:07:00
▲ 여름 폭우로 통제된 서울의 잠수교. ⓒ스카이데일리
       
국토교통부(국토부)가 내년 예산을 약 56조원으로 낮춰 책정한 가운데, 도로·항만·상하수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역시 규모가 줄어들었다. 8월 초 서울에만 하루 381.5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태풍 ‘힌남노’로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자연재해는 여전히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 같은 기후위기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1970~80년대 경제성장 시기에 집중 공급된 SOC 시설이 대부분 설치된 지 30년을 넘겨 대규모 보수 및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가운데, 축소·한정된 예산으로 재해 예방 문제 등에 제대로 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채 증가·경기 침체로 예산 감축, 자연재해 피해규모는 점점 커져
 
국토부는 내년 예산으로 총 55조8885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올해 예산 60조원 대비 7%(4조1796억원) 줄어든 규모다. 이 가운데 SOC관련 예산은 올해 22조원 대비 10% 감소(2조2046억원)한 19조7956억원이다. 국토부를 포함한 정부 전체 SOC 예산은 25조원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산업단지 부문은 올해 종료사업(14건) 대비 내년 신규사업(5건)이 감소한 영향으로 30.3% 감소한 3275억원의 내년 예산이 책정(올해 4699억원)됐다. 울릉도 공항, 제주 제2공항, 스마트공항 구축 사업 등의 예산이 줄면서 항공·공항 관련 예산도 3398억원으로 20%가량 감소(올해 4237억원)했다.
 
지역 및 도시 예산은 1조7456억원으로 19.4%(올해 2조1650억원), 도로는 7조7828억원으로 6.6%(올해 8조3322억원), 철도는 7조7472억원으로 9.6%(올해 8조5684억원) 각각 감소했다. 감축된 예산은 GTX노선과 도심항공교통(UAM), 모빌리티 등 미래 혁신 관련 예산을 확충하거나 신규 편성하는 것으로 충당됐다.
 
국토부는 도로, 철도 예산 중에서도 건설 예산은 줄었지만, 안전·관리 예산은 각각 325억원, 3739억원씩 늘려 노후 시설 유지 보수 및 재해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침은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정부 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해 재정기조를 감축 국면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급한 주거 관련 문제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 지난달 국지성 집중 호우로 서울 동작구 상도역 인근 도로에 씽크홀이 발생했다. ⓒ스카이데일리
 
문제는 기후위기가 갈수록 심화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발표된 행정안전부 ‘2020 재해연보’에 따르면, 태풍, 홍수, 대설, 지진, 가뭄 등을 포함한 국내 자연피해액은 2019년 2152억원에서 2020년 1조3182억원으로 6배 이상 훌쩍 뛰었다.
 
올해는 8월 초 서울 강남·동작·관악구와 경기, 강원 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린 폭우로 인해 주택 2만7262세대 침수 등 총 3155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 중 공공시설은 하천·소하천 1153건, 도로·교량 236건, 상하수도 346건, 소규모시설 796건 등 1만6842개소가 피해를 입었다. 정부는 피해복구를 위해 전국 총 7905억원을 투입, 사유시설 1077억원을 제외한 예산을 하천, 산사태 복구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추석 연휴 직전 13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경북 지역에선 공공시설 1492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도로·교량이 105건(피해액 23억원), 하천 432건(300억원), 상하수도 25건(11억원), 기타 788건(129억원) 등이다.
 
지반이 약해져 공공시설에 발생하는 대표 현상인 씽크홀(지반함몰)도 서울시 기준으로만 연평균 2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집중호우, 홍수 피해와 맞물려 이 같은 증가폭은 전국 곳곳에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엄근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2020~2060년 동안 연간 자연재난 피해액이 11조5000억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SOC 구축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고도 성장기 지어진 SOC 대부분 노후화… 선진국 대비 예산 규모 작아
 
인프라 시설 노후화로 SOC 예산 확대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로, 철도, 댐 등 SOC 인프라 시설은 1970~1980년대 경제성장 시기와 함께 집중 공급돼 현재 노후화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국토안전관리원에서 관리하는 1·2·3종 시설물 중 준공 30년 이상 된 시설물은 2만7997개로 전체 시설물의 17.5%를 차지한다. 2030년에는 30년 이상 시설물이 7만905개로 전체의 44.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댐의 경우 용수 전용댐을 중심으로 노후화 비중이 63.5%에 달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건산연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SOC 투자의 방향’ 보고서를 통해 “2020년부터 자연재해로 인한 시설물 붕괴로 사고건수와 인명피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도로, 댐뿐만 아니라 노후 상하수도, 산불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는 만큼, 사방댐 등 관련 인프라 구축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이 전반적인 SOC 인프라 투자에 1조달러(당시 약 1178조원)를, 이 가운데 500억달러를 기후위기 피해복구에 사용하겠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선진국’과 비교한 우리나라의 SOC 투자 규모가 너무 작다는 점이다. 건산연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육상시설(도로·철도 등)과 항공시설을 합한 SOC 자본스톡(사회간접자본 총량)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21.5%로, 프랑스(31.3%)와 독일(28.7%) 대비 5%p 이상 낮았다. 매년 유사한 수준으로 배정되는 SOC 예산이 경제성장 규모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계수당 도로보급률도 2006년 기준 OECD 30개국 중 29위(1.51)를 차지했다. 지난해 개별 조사된 수치도 1.57로 크게 변동이 없는 수준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상하수도 관련 시설까지 추가한 SOC 자본스톡은 우리나라가 25%로 미국(22.3%)보다 높았다. 하지만 최근 십여년 간 전례없는 산불, 폭우, 허리케인으로 홍역을 앓은 미국은 2000년대 이전 연간 10억달러 미만의 폭으로 증액했던 SOC 예산을 2000년대 이후부터 연간 약 120억달러 폭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2017년 기준 미국의 SOC 투자액은 4405억달러(614조원)으로, 지난해 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반적인 SOC 인프라 투자에 1조달러, 발표 당시 환율로 약 1178조원을 투자하고, 이 가운데 500억달러를 기후위기 피해복구에 사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본격 대응에 나섰다.
 
엄근용 부연구위원은 “미국은 교통인프라와 수자원시설에 대한 투자만으로 이미 GDP의 2~3%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IMF(국제통화기금)가 전망한 우리의 경제성장률 2.5%를 달성하기 위해선 GDP 대비 SOC 투자 2.52%를 반영, 32조원 이상의 SOC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 부연구원은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주요국 금리인상 등 세계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가장 효과적인 SOC 투자 확대로 단기적 경기 대응을 넘어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지속가능한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1
좋아요
1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541(청담동) 세신빌딩 9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5일,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조정진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