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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온라인·패키지·콘솔·모바일 등 게임물에 대한 사전심의의무 폐지에 관한 청원’이 게시됐다. 해당 청원은 10월9시 자정 기준 약 2만2000명의 동의를 받았다.
해당 청원에서는 헌법 제21조 2항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를 근거로 게임물 등급 분류를 게임물관리위원회(게관위)가 아닌 민간단체에 이양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게관위가 ‘블루 아카이브’와 ‘페이트/그랜드 오더’ 등 모바일 게임에 대해 등급 재분류 통보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해당 게임의 이용자들이 반대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게관위의 미숙한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게관위 직원이 법적 처벌을 언급하며 협박을 했다거나 오프라인 민원을 넣으려고 방문했더니 민원실에 제한구역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는 등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에 따라 게관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졌고 결국 게관위 폐지 청원까지 올라온 것이다.
물론 좋지 않은 사건이 하나 터졌다는 이유만으로 게관위 폐지까지 거론되는 것은 다소 지나친 감도 있다. 하지만 게관위는 예전부터 들쑥날쑥한 기준과 부족한 전문성, 긴 심의 기간 등을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다.
예를 들면 ‘림월드’는 게관위로부터 15세 이상 이용가 판정을 받았다. 게관위는 등급결정 사유로 △사실적인 폭력 표현 △전투 과정에서 무기·선혈이 사실적으로 표현됨 △간접적인 약물류 표현 △흡연 및 음주 등을 명시했다.
또 다른 게임인 ‘프리즌 아키텍트’의 경우 △과도한 폭력 표현 △게임 진행 중 붉은색 선혈 묘사 △과도한 저속어·비속어 및 욕설 표현 등을 이유로 청소년 이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
사유만 보면 사실적인 폭력 표현보다 과도한 폭력 표현이 문제가 되고 약물류·흡연·음주 등보다 욕설이 더 청소년들에게 문제가 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림월드’에선 인육 섭취 및 판매, 인간의 가죽을 이용한 옷 제작, 장기 적출 등이 가능하다는 것을 모른다면 말이다. 15세 이상 19세 미만 청소년의 정서에 인육 섭취, 판매보다 욕설이 더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거나 게임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등급을 매긴 셈이다.
이처럼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등급 분류 사례는 더 많고 오랫동안 문제가 돼 왔지만 게관위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게관위의 문제점들에 더욱 주목이 쏠리고 있다. 큰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바뀌지 않는 특유의 ‘복지부동’ 문제가 또 터진 것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물론이고 주무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이번 청원으로 게관위가 정말 폐지될지는 알 수 없다. 당장 국내에 출시되는 게임물을 모두 심의할 민간기관이 마땅치 않은 것을 생각하면 폐지가 결정된다고 해도 상당한 기간 동안 게관위가 관련 업무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게관위가 계속해서 유지된다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공기관다운 업무 능력과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다른 공공기관들도 게관위를 타산지석 삼아 본인들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큰일이 터지고 난 다음에 대처하는 것은 너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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