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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이후 노동 이슈가 급부상하면서 식품 제조업체들이 근무 형태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SPC, 삼양식품 등 주요 기업들이 야간 근로 축소와 연장근로 폐지 등의 조치를 잇달아 발표하며 근로환경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인력난, 생산 차질, 급여 감소 등 현실적인 부담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PC는 오는 10월부터 8시간을 초과하는 야간 근무를 전면 폐지하고, 주간 근로시간도 점진적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력 확충과 생산 품목 조정, 공정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 이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SPC삼립 시흥공장을 방문해 “일주일에 나흘을 밤 7시부터 새벽 7시까지 12시간씩 일하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며,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삼양식품 역시 밀양·원주·익산 등 4개 공장에서 특별연장근로를 폐지했다. 기존에는 수출 물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초과근무 동의서를 받아 야간 근무를 진행해 왔으나, 주당 근로시간이 최대 58시간에 달하면서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근로 제도 개편에 나섰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이러한 변화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토로한다. 식품 제조는 대표적인 노동집약 산업으로, 제조업 평균(8.2%)보다 높은 10~15%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을 갖고 있다. 근무시간 단축은 곧 인력 충원 필요로 이어지는데, 이를 감당할 만한 실적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5.6%로 전년 대비 개선된 반면, 식품 제조업은 4.5%에 그쳤고, 세전순이익률은 오히려 감소했다. 업계는 “인건비 부담은 커지는 반면 수익성은 정체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 특히 대부분 공장이 지방에 위치해 있는 탓에 청년층 유입이 적고, 구인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현재도 2교대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3교대로 전환하면 인력난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도급업체나 단기 아르바이트 의존도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기존 직원들의 반발도 변수다. 연장근로 수당이 줄어들어 실질 급여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다른 관계자는 “연장근로는 버는 만큼 받는다는 인식이 강해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직원도 많다”며 “일방적인 근무시간 축소는 직원들의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는 업종 특성상 공정 중단이 어렵다는 점도 강조한다. 원료를 배합한 뒤에는 공정을 멈출 수 없고, 신선식품은 유통기한이 짧아 생산을 멈추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생산의 연속성이 핵심인 산업 특성을 감안한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이미 제품별 특성과 지역 여건에 맞는 다양한 근무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6년부터 3교대를 기본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생산 특성에 따라 4교대도 병행 중이다. 풀무원은 음성 두부 공장에서 4조 2교대제를 운영하고 있다. 제품별로 맞춤형 근무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획일적인 근로시간 기준보다는 지역, 제품, 생산공정 특성에 따른 유연한 정책 적용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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