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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의 막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카카오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 및 문어발 확장 논란으로 사업 확장이 사실상 가로막힌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 사태까지 터지며 국내에서의 사업 확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카카오는 ‘비욘드 코리아’를 내세우며 해외 시장 진출에 힘쓰고 있지만, 웹툰 외에는 해외 시장을 공략할 뚜렷한 사업 모델이 없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연초부터 꾸준히 주가 하락… 실적 둔화세에 성장동력 의심 커져
9월 초 만해도 7만 원 선을 오르내리던 카카오 주가는 꾸준히 하락하다가 10월12일 5만 원 선마저 무너진데 이어, 13일에는 4만7300 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14일 5만 원선을 회복하며 반등했지만 15일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가 먹통이 되는 ‘카카오사태’가 발생하면서 이 여파로 다시 5만 원 밑으로 내려갔다. 이는 올해 1월3일 카카오 주가 11만4500 원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수치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카카오의 3분기 실적은 매출액 1조9100억 원, 영업이익 1620억 원으로 예상치 대비 18%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9%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3.7%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에 2020년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58%, 영업이익은 39%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성장세가 둔화한 모습이다. 카카오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지적은 올해 2분기에도 나왔고 이에 따라 주가로 하락세를 겪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가 크게 급락해 여러 우려 요인이 반영돼야 한다고 볼 수 있겠지만 경기 침체 및 환경과 무관하게 이익 반등 시그널이 확인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가 부진한 이유로는 코로나19 특수가 끝남과 함께 찾아온 경기 침체가 먼저 지목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이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수혜를 누렸는데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이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경기 침체까지 겹치자 실적 하락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외적 요인 외에도 이전부터 지적돼 온 성장 동력의 부재가 지적되고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2분기 기준 국내 카카오톡 이용자는 4750만3000명이다. 통계청이 밝힌 2022년 기준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총인구 수는 약 5162만 명이다. 이를 고려하면 말 그대로 전 국민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다. 반대로 해석하면 전 국민이 사용한다는 점은 국내에서는 더 이상의 신규 이용자 유치가 한계점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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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오동훈] ⓒ스카이데일리 |
카카오는 막대한 이용자 수를 바탕으로 카카오톡과 다른 사업을 연계하는 식으로 성장을 도모해왔다. 같은 서비스라도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계정으로 접속할 수 있는 접근성 우위를 통해 카카오는 손쉽게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손대는 분야가 점점 증가함에 따라 문어발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에는 김범수 카카오 전 이사회 의장이 국감 증인으로 소환되기도 했다.
이후 카카오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카카오는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 및 혁신 사업 중심 개편 △파트너 지원 확대 기금 조성 등 상생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에도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 금액은 2017년 2024억 원에서 2021년 1조4692억 원으로 약 7.3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2018년 72개에서 2019년 71개로 감소하는 듯했으나 2020년 97개, 2021년 118개에서 올해는 136개로 급증했다.
윤 의원은 “플랫폼 서비스는 필연적으로 확장성과 락인효과(고객이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나면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로 옮기지 않는 효과)가 있어 플랫폼 기업의 계열사 확장과 내부거래 확대는 일반 기업보다 더 우려된다”며 “공정위는 사후약방문식 규제에서 벗어나 소비자 권익 보호 관점에서 예방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 전체가 차질이 생기는 사태가 발생하며 카카오의 국내 시장 점유율에도 균열이 가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 이후 앱스토어 인기 순위에 라인·네이버 지도·T맵·타다 등 카카오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앱들이 올라오며 ‘탈(脫) 카카오’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가 국민들의 생활과 닿아 있는 대부분의 분야에 진출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번 사태로 체감한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카카오의 국내 사업 확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톡 추가 이용자 확보가 여의치 않고 플랫폼 서비스 확장 또한 견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카카오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웹툰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 웹툰 외의 카드는 ‘글쎄’
국내에서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면 대안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해외 시장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비욘드 코리아’를 표어로 내걸고 해외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김성수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 센터장은 올해 4월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매출 비중을 3년 안에 30%로 확대하고 올해 카카오 공동체의 해외 매출을 전년 대비 40%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공개한 지난해 해외 매출액은 6324억 원으로 총 매출의 10.3%에 해당한다. 이 중 일본 매출이 4602억 원으로 가장 많고 △아시아(885억 원) △유럽(388억 원) △북미(326억 원) △중국(121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카카오의 올해 상반기 해외 누적 매출액은 7613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21.9%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가 5014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북미(1592억 원) △유럽(531억 원) △기타 지역(476억 원)으로 나타났다.
카카오의 해외 사업은 웹툰·웹소설·게임 등 콘텐츠 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해외 지역에서는 카카오톡의 막대한 이용자를 활용할 수 없는 만큼 자체적인 경쟁력을 가진 콘텐츠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카카오의 웹툰 플랫폼 픽코마는 ‘만화 종주국’으로 불리는 일본 시장에서 유료 만화 앱 1위이자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픽코마는 올해 3월 프랑스에도 진출하며 유럽 시장에도 손을 뻗고 있다.
북미 시장은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등을 인수해 K-콘텐츠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는 ‘카카오웹툰’ 서비스를 통해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 외에 카카오게임즈의 주력 게임 ‘오딘’도 대만 시장에서 흥행하며 해외 매출의 한 축을 맡고 있다.
다만 웹소설은 웹툰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은 편이며 게임 산업은 ‘오딘’의 대만 버전 외에는 성공 사례가 없다. 오딘은 내년 일본, 미국, 유럽 시장에도 출시 예정이지만 해외 시장에서 평가가 좋지 않은 ‘리니지라이크’ 게임이라는 것이 발목을 잡는다. 이에 따라 웹툰 외에는 해외 시장에 내놓을 확실한 카드가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카카오의 국내 성공의 기반이 된 톡비즈와 포털비즈 등 플랫폼 분야는 해외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가 발표한 글로벌 평균 월간 활성 이용자 중 국내 이용자 수를 제외한 해외 이용자 수는 579만9000명이다. 이는 전년 동기(718만5000명) 대비 약 19.6% 하락한 수치다. 포털, 모빌리티, 페이 등 다른 분야도 이미 해당 국가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파고들어가기 힘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해외 시장에서 시도해볼 만한 것이 적기 때문에 웹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계열사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카카오가 해외 시장에서 먹힌다고 할만한 것이 웹툰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도해볼만한 것은 인수·합병(M&A)을 통한 확장인데 네이버가 ‘포시마크’를 인수했을 때 주가가 하락한 것처럼 시장에서 M&A에 대한 반응도 별로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위 교수는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려면 자금 확보가 필요한데 카카오모빌리티나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상장도 잘 되지 않아서 뾰족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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