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꽃’ 홀인원 대박 터진 KLPGA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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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개 대회서 홀인원 35개 역대 최다
주말 골퍼에겐 평생 한 번도 힘들어
‘3년 행운’은 그냥 속설만은 아닌 듯

박병헌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1-24 11:20:39

골프에서 티샷으로 볼을 한 번에 홀인시키는 것을 홀인원(Hole in one), 다른 말로는 에이스(Ace)라고도 한다. 보통 파3 홀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파4 홀에서도 한 번에 넣으면 홀인원, 다른 말로 ‘더블 이글(Double Eagle)’ 또는 앨버트로스라고 한다. 단 한 번의 샷으로 골프 공을 홀컵에 집어 넣는 것을 의미한다. 홀의 길이에 상관없이 한 번에 넣기만 하면 모두 홀인원이라고 하지만 그나마 파3 홀에서 확률상 가장 많이 발생한다.

직경 108mm의 홀컵에다 한 번에 공을 집어넣는 홀인원은 평생 한 번을 기록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률이 희박하다. 수학자인 프랜시스 샤이드의 연구에 따르면 홀인원 확률은 아마추어 골퍼가 1만2000분의 1이고 프로 선수는 3500분의 1이라고 한다. 어떻게 계산했는지 알려지지 않는다. 홀인원은 해당 홀에서 가장 적은 스코어를 낼 수 있기에 단숨에 타수 차를 벌리거나, 역전을 노릴 수 있는 짜릿함을 선사한다. 홀인원은 실력보다 운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행운’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초보 골퍼도 도전해 볼 수 있는 기록

사실 홀인원은 초보 골퍼도 얼마든지 도전해 볼 수 있다. 18홀 골프장에는 100야드(약 91m) 조금 넘는 짧은 파3홀도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아이언이나 웨지로 충분히 원온이 가능한 수준이며, 운이 좋다면 홀인원을 노려 볼 만하다.

‘홀인원 하면 3년간 행운이 따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진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렇기에 홀인원을 하면 기념품을 만들어 돌리거나 한턱을 쏘는 게 하나의 관례로 돼 있다. 비용이 만만치 않아 홀인원 보험이 나와 있다.

몇 년 전 골프계를 떠들썩하게 한 홀인원 실험이 있었다. 유럽투어가 프로골퍼의 홀인원 확률은 2500분의 1이라는 주장을 하며 유명 프로골퍼를 내세워 직접 실험했다. 에듀아르도 몰리나리(이탈리아)는 500번 샷을 했지만 애만 태우다 실패했고, 브랜든 스톤(남아공) 역시 500번의 기회가 주어졌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세 번째 주자로 나선 앤디 설리번(잉글랜드)이 230번째 샷 만에 성공했다.

앞선 두 사람의 도전까지 합하면 1230번의 샷 끝에 홀인원에 성공한 셈이다. 로봇으로 했을 때에는 싱거운 결말이 나왔다. 2016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오픈 프로암 때 골프 로봇 엘드릭은 애리조나주 TPC 스코츠데일의 16번홀(파3·170야드)에서 5번째 샷 만에 홀인원에 성공했다.

‘골프 황제’ 우즈도 26년 동안 단 세 차례

역사상 아이언 샷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22년간 공식 대회에서 홀인원 기록은 3차례에 불과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한국인 최다승(25승)에 빛나는 박세리는 공식대회에서 딱 한 번 홀인원을 했고, 한국인 두 번째로 우승이 많은 21승의 박인비는 LPGA투어에서는 아직 홀인원이 없다.

우승컵과 엄청난 상금이 걸린 대회일수록 선수들은 무엇보다도 위험을 회피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마련이다. 핀을 직접 공략하다가 타수를 잃을 수 있는 곳에서는 먼저 파를 지키기 쉬운 곳으로 샷을 조준한다. 이러면 홀인원 확률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깃대를 보고 샷을 하는 선수가 유리한 것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PGA투어 홀인원 최다 기록은 로버트 앨런비(호주)와 할 서튼(미국)이 나란히 기록한 10차례다.

홀인원 노리는 파3홀에는 대박 경품 걸려

게다가 파3홀에는 고급 승용차 등 대박 경품을 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과 일본 대회의 특성이다. 2015년 KLPGA투어 BMW 레이디스챔피언십 4라운드 12번홀에서 홀인원했던 서하경은 부상으로 2억 원 상당의 스포츠카의 주인공이 됐다. 웬만한 대회 우승 상금의 곱절이다. 김지현은 2016년 5월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첫 홀인원을 하고는 3년 동안 5차례 우승했다. '탱크' 최경주도 2001년 5월 미국 PGA투어 컴팩클래식에서 홀인원을 하고 1년 뒤 같은 대회에서 한국인 첫 PGA투어 우승을 거머쥐었다. 홀인원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승을 거두거나 오랜만에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많은 걸 보면 3년간 행운이 따른다는 속설이 과장만은 아닌 것 같다.

역대 최대 규모(34개 대회. 총상금 319억 원)로 열흘 전 시즌을 마친 2022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는 무려 35개의 홀인원이 터져 나와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지금까지 역대 최다인 2017시즌의 27개를 훌쩍 뛰어 넘었다. 홀인원은 단순히 타수를 줄이는 기록을 넘어 또 다른 재미와 짜릿함을 더해 줘 선수와 팬들을 즐겁게 해 준다. '골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 홀인원 이소영 “좋은 선수로 되고파”

시즌 상금랭킹 12위(5억6789만 원)에 오른 프로 7년차 이소영은 시즌 마지막 대회인 SK쉴더스. SK텔레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올해 자신의 두 번째 홀인원을 기록, 6000만 원 상당의 벤츠 승용차를 부상으로 받았다.

2013년 국가대표이던 안양여중 시절 제27회 한국여자오픈에서 공식대회 첫 홀인원을 기록한 이소영은 3주 전 위믹스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홀인원을 하고도 부상을 받지 못한 아쉬움을 덜어낸 셈이다. 홀인원을 네 차례 기록한 그다. 골프를 잘 치는 선수보다 좋은 선수로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이소영에게 앞으로 어떤 행운이 찾아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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