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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역대급’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등 연말 건설사들의 잔여 공급 ‘밀어내기’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시장 악화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한시라도 빠르게 미분양을 줄이려는 ‘미봉책’인데 급기야 현금 지원·분양가 깎기·경품 제공 등 마진을 포기한 이례적인 할인 마케팅이 지방을 넘어 수도권에서도 나타나는 모양새다.
여전한 시장 침체 속 물량만 쌓여가는 가운데 이른바 대장주로 불리는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청약까지 기대만큼 흥행하지 못하면서, 업계에선 이 같은 ‘눈물의 분양 세일’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금 지원·중도금 전액 무이자 등 파격 할인… 수도권도 예외 없어
대우건설이 2025년 준공을 목표로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에 짓고 있는 주거형 오피스텔 ‘파주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은 앞서 5월 8~9억 원대로 책정해 공급했던 분양가를 2~3억 원 가량 할인해 분양하고 있다. 미분양 장기화를 막기 위해 분양가 깎기에 돌입한 것이다.
앞서 2월 분양에서 전체 216가구 가운데 198가구(91.7%)가 미분양 된 바 있었던 서울 강북구 수유동 후분양 아파트 ‘칸타빌 수유팰리스’ 역시 6월부터 분양가를 15% 할인하고 관리비도 대신 내주는 파격 조건을 걸었다. 8회 이상 무순위청약을 실시했지만 아직 미분양을 털어내지 못했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들어서는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계약자를 대상으로 중도금 5·6회차 이자에 해당하는 700만 원과, 자체적으로 2300만 원을 더해 총 3000만 원의 현금을 계약 후 한 달 이내 지급하기로 하는 조건을 내세웠다. 발코니 확장도 무상으로 제공한다.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8월 말 일반분양 당시만 해도 140가구 모두를 모집하는 데 성공했지만 90%가량의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해 당시 기준 129가구가 미계약 물량으로 나온 바 있다.
GS건설은 서울 은평구 신사동 일대에 ‘은평자이 더 스타’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중도금 대출이자 지급 방식을 후불제에서 무이자로 전환해 금융부담을 덜어주고, 유상 옵션 가전들도 모두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한화건설은 10월 경기 평택시 화양지구 일원에 ‘포레나 평택 화양’을 분양하면서 중도금 전액 무이자와 1차 계약금 1000만 원 정액제 혜택을 제공했고, DL건설도 경기 파주시 탄현면 일원에 ‘e편한세상 헤이리’를 공급하면서 중도금 전액 무이자·1차 계약금 500만 원 정액제 혜택 등 청약자 문턱을 대폭 낮췄다.
이러한 이색 마케팅 행보가 과거와 다른 점은 더 이상 대형건설사도, 수도권에 분양하는 단지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삼성’에 중도금 대출에 대한 이자를 ‘확정 고정금리 이자후불제’로 제공해 대출 실행 시 확정 고정금리를 초과하는 경우 사업주체가 이를 부담해주기로 결정했다.
9월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동탄역 센트릭’ 역시 일부 저층 물건에 대해 계약금을 줄여주는 등 할인을 적용했다.
악성 미분양이 잦은 일부 지방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경품 제공 조건도 등장했다. 경기 하남시 망월동에 들어서는 ‘미사 아넬로 스위첸’은 계약자 추첨을 통해 BMW 미니 쿠퍼 5도어 클래식 차량을 경품으로 제공하고, 청약 접수 대상자 중 50명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증정했다.
경기 화성시 송동에 들어서는 ‘동탄푸르지오 시티 웍스’도 방문자 대상 벤츠 등 차량·가전제품 추첨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건설사 입장에서 ‘마지막 카드’로 여겨지는 이 같은 할인 마케팅 사례는 모두 올 한해 또는 하반기 등 단기간에 발생한 사례들이다.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5만가구에 달하고(4만7217가구)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부담·고분양가·집값 하락에 따른 거래절벽 등 악재가 겹치면서 마진을 포기하고서라도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려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인 셈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불황 속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대출 실행까지 어려워지면서 초기 계약률이 저조하면 저조할수록 대출 없이 자체 자금으로 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며 “업계 내에서도 미분양 증가 등 시장 상황은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로썬 우선적으로 계약률을 높이는 것이 마진은커녕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장주 둔촌주공 등 흥행 저조… 분양시장 내년도 쉽지 않을 듯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평균 7.93대 1로 지난해(19.79대 1)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불패’였던 서울 역시 올해 21.91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여 지난해 164.13대 1 대비 7배 이상 낮아졌다.
잇따른 미분양 주택 속출과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이 900건(10월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거래절벽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분양시장 반등을 위해선 재건축 ‘대어’ 둔촌주공(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과 서울 최대 재개발 단지로 불리는 장위4구역(장위자이레디언트) 흥행이 절실했다.
그러나 둔촌주공은 1·2순위 청약 3695가구 모집에 2만153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5.45대 1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16개 타입 가운데 12개 타입이 순위 내 마감했지만, 39m²A, 49m²A, 84m²D, 84m²E 등 4개 타입은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분양가 상승으로 국민평형인 84m²에서 중도금 대출이 실행되지 않아(12억 원 기준) 흥행의 희비가 갈렸다.
연이어 분양한 장위자이레디언트 역시 1·2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 4.68대 1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전체 16개 타입 중에서 9개 타입이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소위 ‘대장주’로 불리는 2개 단지마저 기대보다 저조한 수준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면서 당분간 건설업계의 ‘눈물의 할인’ 행보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금리 인상 등 내년 주택시장 전망도 불투명한 가운데 물량 털어내기 경쟁이 지속되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며 “몇 년 전 허가받은 사업장도 현 시점 분양 과정에서 금융 문제·할인 마케팅 등 여러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분양에 나설 또 다른 사업장에선 더 많은 고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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