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침체 여파에 전국서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오히려 분양 물량을 늘리고 있다.
그간 규제 완화 등 시장 반등을 기대하며 분양 일정을 연기해왔지만, 연이은 금리 인상에 대출 부담이 가중되는 데다, 금융시장 경색으로 인한 건설사 자금 유동성 악화에 따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해를 넘기기 전 공급 물량을 털어내려는 것.
하지만 최악을 피하려 선택한 궁여지책이 미분양 증가와 함께, 수도권 등 쏠림 현상 및 지방에선 악성 재고 물량이 쌓이는 등 양극화 현상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분석이 나온다.
11월 총 6만여 가구 분양 예정… 미분양 늘고 거래량은 줄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1월에는 전국 89곳, 총 6만1312가구(임대 포함)가 분양될 예정이다. 계획대로 분양된다면 2015년 이후 7년 만에 동월 대비 가장 많은 물량이며, 작년 동기 실적인 3만413가구와 비교해도 2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금리 인상과 집값 하향세로 시장이 위축되자 건설업계에서 물량을 조절해오며 이월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서울 정비사업 단지를 포함해 10월 계획물량 중 11월로 연기된 물량은 3만3894가구로 전체의 절반 수준이다.
11월 수도권에선 43개 단지, 총 2만9653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수도권 물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경기(2만914가구)는 화성시 신동 ‘동탄 어울림 파밀리에·동탄 숨마 데시앙(1256가구)’ 등 화성시에서만 4138가구가 공급되고, 인천은 남동구 간석동 ‘힐스테이트 인천시청역(746가구)’, 미추홀구 주안동 ‘더샵 아르테(1146가구)’ 등 5개 단지에서 총 3897가구가 분양된다.
서울은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물량이 쏟아질 전망(4842가구)이다. 성북구 장위동 ‘장위 자이 레디언트(2840가구)’, 중랑구 중화동 ‘리버센 SK뷰 롯데캐슬(1055가구)’ 등 굵직한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분양될 예정이다.
지방은 △충남 1만608가구 △대전 4643가구 △경남 3312가구 △경북 3301가구 △강원 2689가구 △대구 2023가구 순으로 물량이 분양될 예정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스카이데일리와 통화에서 “12월을 포함한 올해까진 우위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물량 확대 흐름이 전반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건설사 입장에서도 한 번에 많은 물량을 내놓는 것이 희소성 등 측면에서 메리트가 떨어지지만, 공급자 쪽 금융 상태 등 전반적인 상황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분양 물량이 늘고 있는 반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4만1604가구로, 미분양 물량이 4만 가구를 넘긴 것은 2020년 1월(4만3268가구)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전월(8월) 대비로는 27.1%나 증가했는데, 이는 2015년 11월 이후 6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특히 수도권 기준, 미분양은 7813가구로 한 달 새 55.9% 증가했다. 특히 악성 재고의 가능성이 있는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은 2021년 12월 601가구에서 올 9월 기준 1304가구로 2배 이상 늘었다.
그 사이 거래량은 줄었다. 9월 말까지 누적 전국 주택거래량은 총 41만7794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81만8948건) 대비 49%나 감소했다. 부동산 불패로 여겨졌던 수도권에서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2% 감소한 16만7057건에 불과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미 쌓인 미분양 주택이 4만 가구를 넘긴 가운데,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약 6만 가구가 시장에 나온다면 향후 미분양 물량이 폭증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대단지 선호, 지방 등 악성 미분양 증가 ‘양극화’ 우려… “내년 더 문제”
이러한 현상에 따라 가장 크게 제기되는 우려점은 양극화 현상의 심화다. 시장침체로 옥석 가리기에 신중해진 수요자들이 소위 ‘대장주’로 표현되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나 유명 브랜드, 수도권에 몰리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1~10월 전국에서 분양한 323개 단지 중 45개 단지가 1000가규 이상 규모였는데, 이 가운데 약 70%가 시공능력평가순위 15위 내 건설사의 브랜드 단지였다.
이들 단지의 일반분양에는 3만5160가구 모집 중 43만2551건이 몰려 1순위 평균 1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국 1순위 평균 경쟁률 8.22대 1을 웃도는 수치다. 반면, 1000가구 미만 단지는 6.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출 자체를 실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도권 내에서조차 입지, 규모 등 조건에 따라 미분양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시장 불안에 따라 청약통장이 보수적·선별적으로 사용되는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지방 일부 지역의 경우 악성 미분양 증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11월 2023가구의 물량이 분양될 예정인 대구광역시는 이미 한 달 사이 미분양이 2200여 가구 늘어 9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이 1만 가구를 넘어선 상태다.
김 부연구위원은 “대구의 경우 기존에 시장 상황이 좋았을 당시에도 주민등록 가구 대비 분양 물량이 많은 편이었는데, 시장 상황이 긍정적일 때 인허가를 받은 다수의 물량들이 현재 분양되려고 하는 시점”이라며 “향후 3년 동안 공급량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돼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뿐만 아니라 최근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경기 안성시와 양주시에서도 11월 1172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아울러, 연말 쏟아져 나오는 우위 사업장 물량을 제외한 곳의 경우, 장기간 악성 물량으로 남아 건설사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정부가 잇따라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고 있지만, 이 같은 흐름은 오히려 내년에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침체, 금리 인상 등 여파로 수요자가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급자는 분양가를 올려야 하지만 경쟁력을 고려하면 한 번에 확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몇 년 전 인허가 받은 사업장도 현재 분양 과정이나 공사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최근 수주해 앞으로 분양에 나설 사업장은 금융·시장 상태들을 고려하면 수익성 등 여러 측면에서 지금보다 더 빠르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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