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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Talk] 타인의 시선으로부터의 자유
남 의식한 사치와 허세… 자신에게는 족쇄
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20 00:02:30
▲ 노태하 정치사회부 기자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가 점차 발달하면서 우리를 제약하는 부당한 권위와 억압으로부터 점차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서로를 의식하는 시선으로부터 느껴지는 압박에 대해서는 그 반대로 우리 스스로를 억압시키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격언이 있지만 실제 우리 사회에선 겉으로 보이는 모습, 특히 ‘남에게 보이는 나’를 중요시하면서 자신을 괴롭히고 억업하는 모습들이 종종 보인다.
 
3월 중순을 맞아 초등학교에서는 공개수업이나 학부모 총회가 열리고 있다. 학부모 총회(학총)는 학교의 운영 계획을 설명하고 학부모회 및 학교운영위원회 임원을 뽑는 자리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 4년 만에 열리게 되는 대면 학총 참석을 앞두고 학총에 참석하는 엄마들도 밖으로 보이는 모습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학총에 입고 갈 옷과 가방·액세사리 등 패션에 대해 고민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의 초등학교 1학년생 딸을 둔 30대 A씨는 최근 학총에 참석했다가 다른 엄마들이 걸치고 온 명품 가방에 놀랐다고 한다. A씨는 “참석한 엄마들 10명 중 8명은 최소 700만 원어치씩은 두른 것 같았다”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네이버 맘 카페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학총에 참석하는 엄마들이 올린 명품 패션 관련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학총 참석을 위해 시어머니에게서 명품을 빌리거나 차량까지 외제차로 바꾼 사례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네티즌들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보이는 것에 너무 신경 쓰게 돼서 피곤할 지경”이라며 한숨을 쉬는 경우도 있었다.
 
한때는 우리 사회에서는 카푸어가 이슈가 된 적도 있었다. 카푸어는 젊은 층이 자신의 수입으로 유지하기 버거운 고급 차량을 무리하게 끌고 다니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 사회 속 사치와 허세 풍조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유지하기도 버거운 이런 자동차를 끌고다니는 것은 물론 자동차를 무척 좋아해서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동차가 얼마나 고급 차량인지에 따라 차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으로, 그것이 이런 현상이 사회적 이슈가 된 이유일 것이다.
 
최근에는 한 일본의 매체가 한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진 ‘오마카세 문화’를 두고 “한국 젊은이들의 사치의 상징”이라며 그 허세를 꼬집은 적도 있다.
 
일본어 ‘맡긴다’는 뜻에서 파생됐다는 ‘오마카세’는 메뉴의 종류와 요리 방식을 모두 주방장에게 맡기는 방식을 의미한다. 의미가 이렇다 보니 오마카세에는 정해진 메뉴도 없어 가격이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서울 시내의 인기 오마카세의 가격은 점심 13만 원부터 저녁 25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를 소개한 일본 매체는 한국인들이 오마카세에 열광하는 현상을 보고 ‘허세’라고 지적하며 “(남녀를 가리지 않고) 오마카세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자신은 단골이라고 과시하려는 욕망이 있다”고 말했다.
 
어느 사회에나 이른바 ‘사치’는 존재하고 또 일각에서 허세라고 지적받는 이런 소비 경향의 이면에는 분명 새로운 산업과 시장이 자리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비판은 어려울 것이다.
 
금욕적인 검소함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단지 남의 눈을 의식하며 분수에서 벗어난 과도한 소비는 분명 지양돼야 하는 것이 맞다. 
 
우리 사회는 이런 쓸데 없는 남의 시선에서 언제쯤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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