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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회전율이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때보다 낮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글로벌 이벤트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는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회전율이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20일 국채·지방채·회사채 등 전체 채권(장외) 거래량은 257조1185억 원에 발행 잔액은 2605조8225억 원으로 집계됐다. 거래량은 채권의 액면가를 기준으로 산정된 금액으로 추후 채권 가격변동 등에 따라 실제 거래금과 다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산출한 이달 전체 채권 회전율은 9.87%로 나타났다. 금투협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회전율은 발행 잔액 대비 거래량의 비율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 간 거래가 많이 이뤄져 손바뀜이 자주 일어났다는 것을 뜻한다.
채권 회전율이 10%를 밑돈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0월(12.06%)보다도 2%p 이상 낮았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었던 시기보다 이달 채권 거래가 더 부진하다는 의미다.
작년 3월 채권 회전율은 16.91%에 달했다. 이후 지난달까지 1년간 월 12∼16%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달 시장 변동성을 일으키는 요인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채권금리가 일정한 방향성 없이 큰 폭으로 널뛰자 투자자들이 거래를 망설여 회전율이 대폭 급감한 것이다.
채권 종류별로 봐도 비슷했다. 이달 국채 회전율은 12.12%를 기록했다. 지난달까지 최근 1년간 13∼21%대에서 움직인 것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은행채와 회사채 등 다른 채권들의 회전율도 대부분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달 △미국 SVB·시그니처은행의 연이은 폐쇄 △크레디트스위스(CS)의 경영 위기 △유럽중앙은행(ECB)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 인상)’ 등 글로벌 경제 이슈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채권 금리는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였다.
8일 국채 3년물 금리는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에 전 거래일 대비 12.9bp(1bp=0.01%p) 상승했지만 11일과 13일에는 SVB 파산에 따른 충격으로 각각 15.5bp·26.8bp 급락했다.
15일에는 SVB 사태가 한결 가라앉고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예상치에 부합하자 긴축 우려가 재차 부각돼 9.2bp 올랐다. 이후 크레디트스위스의 경영 위기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면서 20일에는 15.1bp 내렸다. 이달 21∼22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에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지를 두고 전망이 갈리는 점도 시장금리 예측을 방해해 회전율 하락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달 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 위기·ECB의 빅스텝 등으로 매일 채권금리 변동폭이 10bp를 넘나들 만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태라 채권 운용역들이 거래 포지션을 결정하지 못하고 관망할 수밖에 없다”며 “FOMC 결과가 발표되고 금리 방향성이 정해지면 채권 회전율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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