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검수완박 입법에 與 의원들 심의·표결권 침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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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법사위원장 검수완박 법안 가결 선포, 국회법·헌법상 다수결 원칙 위반”
법사위원장 권한침해 5대4로 인정, 국회의장에 대해서는 4대5로 기각
헌재, 입법 과정 잘못 인정하면서도 효력 정지시키지는 않아

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23 15:34:21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권항쟁의 사건에서 검수완박 법안의 입법 과정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이 이를 가결한 것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며 일부 권한침해를 인정했다.

23일 헌재는 대심판정에서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이 국회의장과 국회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항쟁의 심판 청구에 대해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법사위원장 부분의 일부 권한침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국회법과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법안을 가결·선포한 국회의장의 권한침해를 청구한 권한쟁의에 대해서는 4대5로 기각했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에 대한 권한쟁의를 모두 기각해야 한다고 봤지만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다만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가결 선포행위에 관한 무효확인청구는 모두 기각했는데 이에 따라 검수완박 법안이 본회의 등에서 의결된 것을 두고 효력이 정지되지는 않았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상의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의 존재 여부나 범위를 두고 다툼이 생기면 헌법재판소가 유권 판단을 내리는 절차다. 헌재는 재판관 전원(9명)이 심리하고 재판관 과반(5명 이상)의 찬성으로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번 권항쟁의심판의 쟁점은 두 가지로, 하나는 소수당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는지 여부이며, 두 번째는 ‘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한 입법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4월29일과 5월3일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를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및 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축소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을 개정을 주도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지난해 4월 국회 검수완박 입법 국면에서 민주당 소속의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을 한 뒤 법제사법위원장이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려고 민 의원을 비교섭단체 몫의 조정위원으로 선임하는 등 입법 절차에 흠결이 있었기 때문에 검수완박 법안이 무효라고 주장해 왔다.

법무부와 검찰은 6월 검수완박 법률로 헌법에 보장된 검사의 수사권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고 이에 따라 국민 보호에 공백이 생겼다는 이유로 헌법소송을 냈다.

국회 측은 여당이 주장하는 ‘위장 탈장’ 등의 입법 절차 흠결에 대해 민 의원의 조정위원 선임이나 법사위 심의 과정에서 국회법 위반이 없으므로 여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 침해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또 법무부와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는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에 명시적 근거를 두고 있지 않으며 수사의 주체나 권한 범위는 국회가 시대 상황에 따라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한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노태하 기자 thn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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