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사과지만 먹어도 괜찮다’는 헌재의 궤변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설

스카이데일리 사설

‘검수완박’ 정당 절차 무시하면서도 각하 결정
재판관 정파성 따라 법리 다른 결정 비판 여론
野선 법무장관 탄핵·민형배 ‘복당’ 정치 희화화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27 00:02:02

‘절차적 정당성’은 자유민주주의 존립의 기본 정신이다. 절차적 정의라고도 불리는 이 말은 실질적 정당성과 함께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핵심 요소다. 절차적 정당성은 갈등 해결 과정에서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실질적 정당성은 문제나 갈등 해결의 결과가 형평성 있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차적 정당성은 ‘수단’, 실질적 정당성은 ‘목적’에 해당될 수 있겠다. 이 두 가지 정당성이 잘 굴러가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다. 아무리 좋은 목적이 있더라도 수단이 바르지 못하면 사회정의와 쟁점은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진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헌법과 법치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에 의해 절차적 정당성이 훼절됐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헌재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민주당이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정당한 절차를 무시한 것을 헌법과 국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재는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각하를 결정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찰이 검수완박법을 가결·선포한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는 기각해 법 자체의 효력은 인정했다. 입법 절차의 중요한 부분이 위헌인데도 법률 효력을 인정한 것은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지난해 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는지 등을 포함한 절차적 정당성 부분과 개정 법률 자체가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였다. 권한쟁의심판에 수사권‧소추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법무장관은 청구인 적격이 없고 검사들 역시 헌법상 권한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국민 기본권 보호에 직결된 법률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본안 판단 없이 각하한 점은 유감이다.

헌재는 다툼이 있으면 합법성의 관점에서 절차적인 위법 여부만을 판단하면 된다. 그런데도 검수완박법이 민주적인 정당성에 어긋나지만 합법이라는 결정은 ‘독이 든 사과는 맞지만 국민이 먹어도 괜찮다’는 논리적 모순을 보이고 있다. 재판관의 정파성에 따라 법리와 다른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월권적인 정치 개입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검수완박법 강행 처리 여파는 이후 국회 기능 형해화를 넘어 절차적 민주주의를 위협할 소지가 다분하다. 원내 다수당이자 제1야당 민주당의 일방적 입법 추진이 반복되면 결국 민의와 괴리된 입법 독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수사권의 주체인 검사가 영장을 신청하기 위해선 수사권이 당연히 전제돼야 한다. 변호사단체·시민단체·학계 등이 신중론을 강조하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명했지만 검수완박법은 국회를 통과했고, 헌재 권한쟁의심판에서 각하돼 절차적 민주주의 훼손이 심각한 상태다.

민주당은 검찰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제2 검수완박법’도 추진한다고 한다. 주요 내용은 수사 중인 검사를 바꿔달라고 ‘기피 신청’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피의 사실 공표가 의심될 경우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고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법안도 검토 중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비호용 방탄이라는 비판이다.

또 검수완박에 대한 헌재 결정 이후 한동훈 법무장관에 대한 탄핵과 민형배 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를 희화화하는 행태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헌재의 직무 유기에 대한민국 법치가 실종 위기에 놓였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