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16º
습도 65%
)
전 국민에게 무상 의료를 제공하는 영국의 공공 의료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가 극심한 의료 인력난에 붕괴 위기에 처했다고 영국 매체 가디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영국에서 질병으로 인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짧게는 8개월에서 길게는 12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진료 대기 중인 환자만 720만 명이 넘는다. 고령층을 중심으로 환자가 몰리는 정형외과의 경우 최대 2년 이상 진료를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시급을 다투는 중증 환자의 경우도 예외는 없다. 심부전, 암 등의 중증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들도 진료를 기다리는 수개월 동안 병세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영국심장재단(BHF)은 심장병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다 사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과 질환 역시 상황은 심각하다. 가디언은 2019년부터 500명 이상의 영국인이 제때 안과 치료를 받지 못해 시력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상황에 “영국이 총체적인 의료 붕괴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은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무상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보면 국가가 세금으로 진료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모든 국민이 돈 걱정 없이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덕분에 영국은 의료 복지 강국으로 여겨졌다.
21세기 들어 질병의 현대화로 인해 국가가 감당해야 할 환자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며 공공의료 체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한된 예산 내에서 운영해야 하는 공공의료 서비스의 특성상 영국 정부는 의료진의 임금을 우선적으로 줄였다. 영국 의사협회(BMA)는 “15년간 의료진 임금의 25%가 삭감됐다”고 주장했다.
임금이 줄자 의료진들은 의료계를 떠났고, 인력이 부족해진 상당수의 병원이 문을 닫거나 병상 수를 대폭 축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창궐은 의료진의 이탈과 국영 의료체계의 붕괴를 더욱 재촉했다.
모든 병원이 NHS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사립 병원들이 존재하지만 천문학적인 의료비용으로 인해 평범한 시민들이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간단한 무릎 수술에도 1만5000파운드(약 2500만 원)가 넘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해외로 의료 원정을 떠나는 영국인이 대폭 늘어났다. 가디언은 “특히나 지리적으로 가깝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제시하는 리투아니아를 찾는 영국인의 수가 크게 늘었다”며 NHS에서 긴 대기 기간을 통보받고 리투아니아로 원정을 떠났던 여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 여성은 “무릎 부상으로 계단을 기어서 올라야만 하는 상황에서 3년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면서 “더 나은 삶을 위해 리투아니아로 가야만 했다. 그러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집을 처분했다”며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의료 원정에 대해 “이것은 의료 관광이 아닌 ‘의료 절망’이다”라고 말했다.
영국 국가 통계국(ONS)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해외 원정 치료를 떠난 영국인의 수는 24만8000여 명으로 12만 명 수준이었던 2015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한편 영국 의사협회(BMA)는 지난달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간 NHS 개혁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전국적인 파업에 나서기도 했지만 정부와의 협상에 실패했다.
영국 정치권 내에서도 공공 의료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 개정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공공 의료가 연금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있는 등 사회 보장 제도 전반에 얽혀있는 탓에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1
좋아요2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