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美 최초’ 항공편 지연·취소 피해 보상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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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英서 항공사 귀책 지연·취소 시 최대 600유로 청구 가능

김연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09 14:29:12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항공편 지연 또는 취소로 피해를 보는 미국적 항공사 승객을 위한 새로운 보상 규정을 시행한다고 BBC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규정에는 항공사가 운항 중단에 책임이 있는 경우 피해를 입은 승객에게 항공권 가격 이상의 금액을 환불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BBC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이러한 새로운 규칙을 발표했다.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항공사에 책임을 묻는다’라는 슬로건 앞에서 “새로운 규정은 항공사가 여행 중단에 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 승객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항공사가 운항 취소 또는 상당한 지연을 초래했을 때 피해를 받는 승객에게 보상하는 법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항공사들에게 식사·호텔 및 재예약 등의 비용을 지불하도록 요구할 것”이라며 “이 규정을 통해 항공사의 귀책사유인 통제 가능한 취소 또는 지연에 해당하는 사항을 정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항공사 운항 중단으로 피해를 보는 승객들에 대한 최초의 법적인 보상 조치다. 다만 미국 교통부는 항공사들이 상당한 지연에 대해 승객들에게 얼마의 현금으로 보상하도록 하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교통부는 항공사에 귀책사유가 있는 3시간 이상의 지연에 대해 최소 100달러를 지불하는 데 동의하는 지를 조사한 바 있다.

이 법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재선 출마 의사를 밝힌 지 불과 몇 주 만에 발표됐다. ‘리조트 요금 및 항공사 좌석 정책’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개입을 일각에서는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미국 국적 항공사의 보상 정책을 비교하는 온라인 게시판을 개설해 항공사들이 고객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많은 주요 항공사가 항공사의 통제 범위 내에서 발생한 지연으로 여행에 불편을 겪는 고객에게 식사 및 호텔 객실을 자원해서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3시간 이상 발이 묶인 승객에게 공식적으로 현금으로 보상하는 미국 국적 항공사는 없었다.

이번 항공사 보상 규정에 대해 미국 항공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에어라인 포 아메리카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항공편 취소의 절반 이상이 ‘극심한 날씨’ 또는 항공 교통 관제 중단으로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다른 미국 항공사들은 성명을 통해 “항공편을 지연하거나 취소할 이유가 없다”면서 “정시에 출발하고 도착할 수 있도록 모든 조처를 취하지만 안전이 항상 최우선”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의 항공사 승객 보상 관련 상황은 전 세계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의 항공사는 귀책사유로 지연 및 취소 시 승객은 1인당 최대 600유로(약 87만 원)를 요구할 수 있다.

김연주 기자 yj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