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치솟는 물가에 금리 6% 인상 극약 처방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경제

10월 대선 앞두고 인플레이션 통제 불능… 올해 물가 상승률 108.8%

엄재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15 14:16:52

▲ 1000 아르헨티나 페소 지폐가 미화 100달러 지폐 여러 장 위에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지난달 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8.4% 상승했으며 연간 물가 상승률이 살인적인 108.8%를 기록했다. 충격적인 물가 상승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6%p 인상이라는 고강도 대책을 포함한 긴급 조치를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과 블룸버그 등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경제부와 중앙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15일 기준금리 6%p 인상을 포함한 일련의 대책을 준비했다고 현지 매체 부에노스아이레스타임스는 전했다. 아르헨티나 기준금리는 97%가 됐다.

기준금리 인상 외에도 지난달 달러 대비 13% 약세를 보인 페소화의 투매를 제한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을 강화할 것이라고 아르헨티나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외환보유고 확보를 위한 긴급 대책으로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포함된 브릭스 그룹을 통해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브라질과의 협상을 속히 진행함으로써 외환보유고 감소에 대한 국제적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이에 앞서 12일 아르헨티나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 상승은 의류 및 신발(10.8%)이 주도했고 식료품 및 비알코올 음료(10.1%)가 뒤를 이었다. 식료품의 경우 지난달에 토마토는 63.4% 상승했고 달걀은 20.8%, 닭고기는 26.4% 상승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은 94.8%에 달해 1991년 171%를 넘어선 이후 연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연설에서 “물가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는 심각한 가뭄으로 큰 외화 수입원인 농업과 축산 부문에서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정부가 2023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월간 목표 물가상승률을 5%로 잡고 점진적으로 물가를 잡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현지 매체인 암비토는 기도 로렌조 LCG 컨설팅 이사의 분석을 인용해 “경제부 관료들이 현 정권 임기(12월9일) 내 물가를 낮추는 데 큰 성과를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물가상승률은 90∼100%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달에 주요 생필품 값을 거의 동결하는 ‘공정한 가격’ 프로그램을 내놓은 데 이어 2000페소짜리 최고액권 화폐를 새로 도입하는 등 인플레이션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0월22일 대선을 앞두고 야당과 지지자 사이에서 여당의 실정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4주 만에 경제 수장 3명이 잇달아 교체되는 등 내부 갈등이 표면화하면서 국민 고통만 커졌다고 야당은 비판하고 있다. 라나시온 등 아르헨티나 일간지들은 지난해 상반기 아르헨티나 전체 도시 인구의 35% 넘는 1000여만 명이 빈곤선 아래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나라 빚도 아르헨티나를 옥죄고 있다. IMF는 440억 달러(약 58조 원) 규모 부채 해결을 위한 30개월짜리 확대 금융 프로그램에 합의한 뒤 지난해 12월 60억 달러 구제 금융을 승인한 바 있다.

1990년대 무렵 만해도 세계 5대 경제 부국이었던 아르헨티나는 최근 40년간 무려 9차례 이상 국가부도를 경험하는 등 빈국으로 전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엄재만 기자 jmeo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