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최근 ‘강제 단일화’ 시도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쟁점은 공직선거법 제88조다. 이 조항은 정당이 소속이 아닌 자에게 당의 명의를 사용하게 하거나, 이를 위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는 정당 명의의 오남용을 막고, 선거운동의 공정성과 유권자의 혼란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다.
김 후보 측은 무소속 한덕수 후보가 대선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 자격으로 일정을 소화했으며, 이에 당 사무처 직원이 실무적으로 관여했다고 주장한다. 정당의 공식 후보가 아님에도 명의와 조직을 활용한 활동이 이뤄졌다면, 이는 단순한 착오가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앙선관위는 2010년과 2014년 유사 사례에서 “무소속 후보가 정당 명의로 선거운동을 하거나, 정당이 소속이 아닌 후보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일 경우 위법”이라는 해석을 내린 바 있다. 정당 보조금의 간접적 활용이나 공동 선거사무소 설치도 모두 위법으로 간주됐다. 김 후보의 문제 제기는 이 같은 기존 해석과 무관하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단일화’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후보의 동의 없이 방송토론을 추진하고, 여론조사를 통해 교체 수순을 밟는 정당 지도부의 행보는 당내 경선 절차를 무력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유권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정당은 단순히 승리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정당은 그 승리를 감당할 자격을 갖추기 위해 존재한다. 법은 그 자격을 가늠하는 기준이며, 제88조는 그 중 하나다. 이를 무시한 채 특정 인물에게 명의와 조직을 내어주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기만이자 법치주의의 훼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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