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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영광하면 많은 사람들이 굴비를 먼저 떠올린다. 최근에는 드라마의 영향으로 ’더 글로리(The Glory)’가 생각난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영광은 결코 굴비 한 마리에 갇힐 도시가 아니다. ‘글로리’를 넘어 성스러운 빛으로 가득한 도시가 영광(靈光)이다.
영광에는 4대 종교 성지가 있고 노을이 아름다운 백수해안도로가 있으며 디테일이 아름다운 ‘불갑사’도 자리하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관광지의 소란스러움을 피해 청정 해역, 맑은 인심을 간직한 ‘영광군’으로 내비게이션을 설정해 보자.
노을과 함께 달린다 ‘백수해안도로’
동해안에 7번 국도가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77번 국도가 있다. 77번 국도는 국내에서 가장 긴 국도로 허리춤에 백수해안도로(16.8km)를 보물처럼 품고 있다.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유연하게 휘어지는 도로변으로 기암괴석과 광활한 갯벌이 펼쳐지고, 탁 트인 창을 가진 분위기 좋은 카페가 줄줄이 나타난다. 해 질 무렵이면 바다 저편으로 황금빛 양탄자가 깔리고, 하늘에는 붉은 커튼이 드리운다. 설명이 필요 없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백수해안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지만 걷기에도 나무랄 데 없다. 나무 데크 산책로를 따라 절벽 위를 거닐다 보면 어느덧 해수면으로 길이 이어진다. 바다는 손에 잡힐 듯 가깝고 갈매기는 바람의 노래를 실어 나른다.
바다 경치를 보다 극적으로 감상하려면 스카이워크가 제격이다. 아슬아슬 펼쳐진 스카이워크를 따라 전망대 끝까지 걸어가면 괭이갈매기의 날개를 형상화한 포토존과 만나게 된다. 이곳 조형물에서 날개를 빌려 노을 비낀 바다로 힘차게 날아올라 보면 어떨까.
간다라 미술을 한눈에! ‘백제 불교 최초도래지’
신비한 빛을 찾아 멀리 인도에서 마라난타 존자가 찾아왔다.
마라난타는 인도 간다라 지방을 출발해 실크로드(길기트-훈자-쿠차-돈황)를 거쳐 중국 동진에 도착한 후 그곳에서 불교를 전파했다.
그가 중국을 떠나 해로를 통해 백제로 건너온 때가 서기 384년이다. 백제 침류왕은 궁궐 밖까지 나와 이 귀한 손님을 반가이 맞이했고, 궐에 거처를 마련해준 뒤 설법을 청하여 들었다.
이로 인해 백성들도 불교를 신봉하게 되었고, 마라난타가 찾아온 항구를 ‘성스러운 포구’라는 뜻에서 법성포(法聖浦)라 이름하였다.
법성포 ‘백제불교 최초도래지’에는 간다라 양식의 탑원이 여러 기 자리 잡고 있다. 이들 탑원은 간다라 지방의 ‘탁트히바히 사원’을 본떠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간다라 지방에서 직접 들여온 불상, 칠불부조, 불삼존상, 부처의 족적·족편과 같은 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백제 불교최초도래지에서 승강기를 타고 이동하면 그 유명한 법성포 굴비마을에 닿게 된다. 아무리 굴비 어획량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굴비 판매점과 굴비요리 전문점이 끝도 없이 도열한 모습은 과연 영광이 굴비의 땅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디테일이 뛰어난 사찰 ‘불갑사’
불갑사(佛甲寺)는 마라난타 존자가 백제에 불교를 전하면서 영광 땅에 지은 절이다.
불갑사라는 이름도 ‘부처를 모신 첫 번째 절’이라는 뜻이다. 이런 의미를 떠나서도 불갑사는 상상 이상의 미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국가 지정 문화재 대웅전은 앞면 3칸, 옆면 3칸 규모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한 채의 예술품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아름답다. 특히 처마를 떠받친 ‘공포’는 다포식에 용머리 조각을 더하여 화려함이 극에 달해 있다.
다른 건축물들도 그냥 지나치기 아깝다. 하나하나 원목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살려 기둥을 세웠고, 거친 돌로 주춧돌을 삼았다. 한 마디로 디테일의 절정을 보여주는 사찰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물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천연기념물 참식나무 자생지가 자리 잡고 있으므로 꼭 한 번 방문할 가치가 있다.
매년 9월 상사화가 개화하면 ‘영광 불갑산 상사화 축제’가 열린다. 상사화는 잎이 져야 비로소 꽃이 피어나는 신비한 꽃이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고 하여 이름도 ‘상사화’다.
영광에서 맛보는 풍천장어, 전라도 한정식
영광은 굴비만 유명한 게 아니라 장어도 유명하다.
백수해안도로에서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거대한 풍차가 장관을 연출하는 백수평야와 만날 수 있다. 들판 안쪽으로 좀 더 차를 몰아 해안 끝까지 오면 거짓말처럼 ‘분등노지장어’가 나타난다.
이곳은 영광에서도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숨은 맛집으로 주인이 직접 기른 장어를 상에 올린다. 이곳 장어는 너무 크지도, 그렇다고 너무 작지도 않아 느끼함 없이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1kg 두 마리에 7만 9000원.
영광읍내에 있는 ‘문정 한정식’은 정원의 아름다움 속에서 잘 차린 전라도 한정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영광굴비· 꽃게장· 홍어삼합· 육회와 같은 비싼 반찬은 물론이고 멸치볶음마저 맛있어서 허리띠를 미리 풀어놓고 식사를 시작하는 게 좋다. 4인 한 상에 1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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