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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제정을 두고 의료계의 갈등이 번져나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가 ‘준법투쟁’에 돌입하면서 PA(Physical Assistant·진료보조) 간호사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정부는 간호협회가 제작한 ‘불법 의료행위 리스트’를 불법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불길을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23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전날 간호협회는 협회의 모든 회원에게 불법진료 신고센터 운영 및 불법 업무지시 신고 방법을 안내하는 웹 포스터를 배포했다.
간호협회가 배포한 웹 포스터에는 ‘간호사가 수행 시 불법인 업무 리스트’를 안내하고 있다. 여기엔 대리처방을 비롯해 대리기록·대리수술·수술 수가 입력·수술부위 봉합·수술보조·채혈·조직 채취·천자·L-tube 및 T-tube 교환·기관 삽관·봉합·관절강내주사·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항암제 조제 등이 포함됐다. 포스터에는 불법진료 신고센터로 연결되는 QR코드도 안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 오랜 시간 묵혀왔던 PA 간호사 문제도 터지고 있다. PA 간호사는 수술장 보조 및 검사 시술 보조·검체 의뢰·응급상황 시 보조 등을 수행한다. 의료법 제2조에서 간호사의 임무를 ‘의사·치과의사·한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하고 있어 PA 간호사는 ‘진료 보조’라는 모호함 내에서 일부 병원에서 사실상 의사가 해야 할 일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수술실 보조나 수술 후 처치 등 전공의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하는 경우가 많다. 모호한 의료법 기준으로 법의 경계에 있지만 최근 필수의료 분야 기피 등의 현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해지면서 PA 간호사는 2010년 생겨난 이후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로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전국 의료기관의 PA 간호사는 1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는 간호사들의 준법투쟁을 반기는 분위기다. 전공의협의회는 “간호협회의 준법투쟁을 대환영한다”며 “병원에서 전공의 주 80시간제 이후 충분히 대체 의사인력을 채용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가 현재 만연한 대리수술과 대리처방의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공의법 통과로 주당 최대 수련 시간이 80시간으로 제한됐다. 하지만 병원들이 대체 의사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PA 간호사로 대체하면서 심해진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혼재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협의회는 “늘어나는 병상과 상급종합병원 의료이용에 비해 병원이 의사와 간호사를 충분히 채용하지 않고 있다”며 “간호사가 의사의 일을, 의사가 간호사의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는 난감한 상황이다. 전날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간호협회가 배포한 ‘불법 업무 리스트’에 대해 “불법이라고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개별 행위를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진료 보조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며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기도 했다.
이어 복지부는 “간호법안의 간호사 업무 범위는 현행 의료법과 같다”며 “PA 문제와 관련 없다”고 주장했다. 간호법이 통과되더라도 PA 간호사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관련 내용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은 간호법안에 대해 정부가 재의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간호협회가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유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6월부터 PA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운영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문가·현장 종사자·관련 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PA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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