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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 모양이 되었나요? ', '최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한국리서치가 15개국 대도시(서울 등...'))
최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한국리서치가 15개국 대도시(서울 등 아시아 12개 도시 및 뉴욕·런던·파리)에 거주하는 시민 1만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사회 인식’과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대부분 조사 항목에서 거의 꼴찌 수준이며 종합 최하위다.
서울이 이 정도라고 하면 지방은 이보다 더 낮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더군다나 외국에서 조사한 것도 아닌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진 내용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배가된다. 이런 끔찍한 보고서를 접해도 별로 신중하지 않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개선될 기미가 희박하다는 점이 더 서글프다. 이런 사회일수록 불안감은 높아지고, 구성원 간에 협력보다는 분열이 거칠게 일어난다. 생산적인 일보다는 비(非)생산적인 일에 몰두하여 이전투구를 한다.
눈에 띄는 결과를 보면 ‘공정성’에서 공정하지 않다는 서울 시민의 답변이 무려 61%에 달해 15개 도시 중 압도적 꼴찌다. 뉴욕이나 도쿄의 거의 세배 수준이다. 능력보다는 운(運)이나 배경으로 출세하는 비율이 다른 도시와 비교해 월등히 높다. 또 다른 최하위는 ‘자녀가 인생의 기쁨’이라는 항목이다. 10명 중 8명의 시민이 자녀를 경제적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출산율 저조의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른 개도국 아시아 국가들보다 절대적으로 낮아 삶의 질이나 만족도가 경제적 풍요와 꼭 직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입증된다. 사교육비가 높다는 것은 결국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파는 꼴로 극단적 이기주의가 대다수를 불행하게 한다. 물질적 풍요가 오히려 정신적 빈곤을 부추기는 기현상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이제 선진화로 가자고 정치판이 설친다. 돌아가는 실상을 알고 하는 소린지 분간되지 않는다. 틈만 나면 대중선동 식의 접근으로 이분법적 행위를 양산하는 그들에게 가당키나 한 이야긴지 모르겠다. 국가 장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장 자신의 정치적 생명 연장에만 안달한다. 연일 꼴불견이 점입가경이다. 민주화에 대한 공적을 두고 운동권 출신 정치권은 온갖 생색을 낸다. 냉정하게 잣대를 들이대면 그들로 인해 정치는 과거보다 더 부패하고 무능해졌다. 악행은 더 교묘하고 더 대담하다. 사리사욕과 이권 챙기기에만 혈안이 되어 이들과 한탕을 모의하려는 외부 진입자들이 국회에 넘쳐난다. 밖에선 여야 인사들이 오월동주가 되어 국민 돈으로 상식 밖의 외유를 즐긴다. 심지어 야당 대선 주자는 골프에다 관광 잘하고 돌아와서는 함께 간 인사를 모른다고 발뺌하는 촌극까지 연출했다.
한편으론 정부 조직 내 힘있는 기관 혹은 기구의 부정부패가 극에 달하고 있다. 선관위 고위직 자녀의 특혜 채용이 10여 명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소름이 끼친다. 민주주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데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을 정도이니 우리 내부의 불공정성은 이미 도를 한참 넘어섰다. 외부 기관에 대한 채용 청탁도 아니고 자신이 몸담은 기관에 채용을 시켰다는 점에서 성역에 숨어 상상할 수 없는 비리를 저지른 셈이다. 이렇게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도 의원면직 처리되어 연금도 챙기고 공직 재임용도 가능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다 보니 근절될 리가 만무하다. 공직 사회에까지 정치적 파벌이 뻗치고 이를 이용해 기회를 잡으면 한몫을 챙기려는 풍조가 갈수록 만연하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총체적 부실, 여기서 단정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북한의 정찰 위성 발사가 남쪽으로 향하면서 생겨난 우발사건은 차마 웃을 수도 없는 서글픈 현실이다. 지난 정권에서는 누가 주적인지도 분간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고의로 누그러뜨리려 안달했다. 실제로 당해보니 뒤죽박죽인 상황이 노출되고, 안보 불감증과 위기 대응 불협화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나마 서울시가 발령한 경계경보에는 육하원칙도 없거니와 시민들도 모두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다. 북한의 핵 위협과 미사일 발사를 머리에 이고 사는 국가의 국민치고는 너무 태평하고 안일하다. 이웃 일본은 국가가 망하는 유일한 이유인 지진에 더해 요즘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추가했다. 이번에도 평소에 훈련된 일본의 위기 대응 수준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올해가 한국이 경제발전에 시동을 건 지 60년이 되는 해다. 다시 우리가 이룩한 ‘한강의 기적’이 동원되었다. 자만심을 갖기에는 눈앞의 현실과 과제가 엄중하고 산적하다. 산업화와 민주화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미래 세대에게 안정적인 국가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아직도 완성해 나가야 할 것들이 많다. 일부 외교적 성취에 도취할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현 정권이 누적된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우선 국가 정체성을 제대로 세우고 정상적으로 나갈 수 있는 토양이라도 일구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좌우 이념에 사로잡혀 기울어져 있는 운동장을 복원시키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양극단에 치우친 세력보다 중도의 합리적인 세력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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