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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국경을 달리다 보면 압록강 너머 마을마다 유독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현대식 건물이 이채롭다. 바로 기차역 건물이다.
평양을 비롯해 북한의 모든 기차역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역사 한가운데에 김일성·김정일의 초상 사진이 걸려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초상 사진 왼쪽에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를 오른쪽에는 ‘영광스러운 조선로동당 만세’라는 구호를 똑같이 새겨 놓았다. 어떤 기차역도 예외는 없다.
건물 모양은 제각각 다르지만 초상 사진과 선전 구호 글귀는 모든 기차역이 똑같다. 밤이 되면 기차역 건물은 어둠에 덮이지만 초상 사진과 선전 구호에는 환하게 불을 밝힌다. 하루 한 대도 다니지 않을 정도로 기차 운행은 중단되었고 건물은 금세라도 바스러질 듯 낡았다. 그런데도 김정은과 조선로동당 만세를 외쳐댄다.
마침 함경북도 강양역 아래에서 북녘 주민을 만났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환히 웃고 있지만 주민들의 시름은 온 하늘을 덮는다. 한국에서 기차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데, 북한에서 기차는 오직 정치선전장으로만 이용되는 모양이다. 저 초상 사진을 언제쯤이면 땅바닥에 내릴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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