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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옛 소련 영토에서 태어나 소련 말기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학교에 처음으로 간 날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현관문을 통해 학교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커다란 사진이 벽에 그려 있었다. 사진 속 인물은 대머리이며 수염은 턱까지 내려온 바짝 마른 할아버지였다. 교실에 들어갔을 때도 그 할아버지 사진이 칠판 위에 걸려 있었다.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학교생활이나 수업에 대해 안내 받았어야 하지만, 선생님은 의외로 그 사진 속 인물에 대해 먼저 소개했다. 그는 소련 제1인자인 블라디미르 레닌 수상이었다. 선생님 말로는 “우리나라 평화를 위해서 인생을 바친 분이며, 이 분이 없었으면 우리도 우리나라도 없었을 것”이라고 거의 신처럼 묘사하였다.
학교에서 레닌 수상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거나 초상화에 손상을 입히면 엄벌을 받곤 하였다.
레닌은 ‘볼셰비키혁명’의 지도자로서 자신의 뜻대로 7년 동안 거대한 소련 제국을 다스렸다. 그가 수많은 반대세력을 살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거하였다는 사실을 나는 당시엔 전혀 몰랐다.
그가 제거한 반대세력 중에 지금은 내 조국인 우즈베키스탄의 시인이나 우리나라를 소련으로부터 해방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인생을 걸었던 같은 핏줄인 독립운동자들이 다수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레닌을 존경하며 사랑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부끄러운 일이다.
레닌은 신을 부인한 무신론자이자 유물론자였다. 자신의 권위로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같이 전지전능한 자가 된 독재자였다. 레닌 시대엔 공산주의자 등 그 자의 영향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이 신을 부정하였다. 끔찍한 무신론자 세상이었다.
소련의 최고 권력자이던 레닌이 생을 마감하는 과정은 참으로 비참하였다.
레닌이 살던 집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는 근처에 살던 사람들의 소름을 끼치게 할 정도로 끔찍하였다. 레닌은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60km 떨어진 시골집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하루 종일 비명을 지른 채 누워 있었다. 여러 질병에 시달렸다. 심지어는 정신도 정상이 아닌 비참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의 친척들은 안타까워했지만 지켜보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할 게 없었다. 그는 1902년 파리에서 망명 중 성병에 걸렸다. 1922년부터 뇌졸중을 비롯해 여러 질병이 진단됐지만 그의 질병 상태는 1급 국가기밀에 부쳐졌다.
첫 번째 뇌졸중 이후 그는 빈번히 마비 증상을 겪었다. 동맥경화증과 편두통도 앓았다. 이러한 질병의 영향으로 레닌은 종종 의식을 잃거나 미치광이 징후를 보였다. 주변인들은 그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도와 줘… 혁명… 악마…” 등의 말을 수백 번 반복했다고 증언하였다.
레닌은 1948년 1월24일 마침내 비명을 지르며 생을 마감했다. 죽은 직후 그의 모습은 괴물처럼 무섭게 변해 있었다. 이러한 레닌의 추한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후계자 스탈린은 의사들에게 시신을 변형하며 수습하라고 명령하였다. 의사들은 성형·약물 치료 등으로 그의 얼굴을 방부 처리하였다.
방부 처리된 레닌의 시신은 유리관에 담겨 지금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보관되어 있다. 이 세상은 거짓 세상이고, 거짓 세상의 가장 중요한 진실은 죽음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위대한 사람일지라도 죽음에서 마음대로 도망칠 수는 없다.
평화주의자를 자처한 위선자이자 독재자 레닌의 마지막 모습에서 우린 생의 참다운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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