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규모 6.8 규모 강진… 사망자 2000명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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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 11시 발생… 120년만에 강력 강타
1400여 명 중상… 고도 마라케시 폭삭
유네스코 총회 참석 제주 대표단 피해 없어

김학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10 13:42:35

▲ 8일(현지시간) 밤 모로코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km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해 10일 오전까지 최소 201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9일 마라케시의 한 산악 마을에서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아미즈미즈·AFP=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모로코 남서부에서 규모 6.8의 강한 지진이 발생해 2000명 넘게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10일(현지시간) 오전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모로코 내무부는 8일 밤 발생한 지진으로 마라케시와 인근에서 최소 201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AP통신은 규모 6.8의 지진은 120년 만에 모로코를 강타한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진은 동쪽으로 모로코와 국경을 접한 알제리는 물론 지중해와 대서양 건너 스페인·포르투갈에서도 감지될 정도였다.

또 최소 2059명이 부상했으며 이 가운데 1404명이 중상이다. 추가 수색과 구조가 이뤄지고 있어 피해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미 지질조사국 등에 따르면 8일 밤 11시11분쯤 모로코 마라케시 남서쪽 72㎞ 떨어진 지점의 진원 10㎞에서 6.8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알하우즈·아미즈미즈·우아르자자트·마라케시·아질랄·치차우아·타루단트 등의 지역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많은 사람이 잠든 시간에 지표에서 깊이가 얕은 강진이 발생하면서 내진 설계가 전혀 반영되지 않거나 지진에 취약한 벽돌집·석조건물 등이 속절없이 대거 무너지면서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인류의 역사적인 유산들도 손상을 입었다. 현지 주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로코의 중세 고도(古都)인 마라케시에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 메디나의 문화유산들이 파손된 모습을 공개했다.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로 ‘마라케시의 지붕’으로 불리는 쿠투비아 모스크의 첨탑(미나렛)도 일부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사회에서는 모로코 강진 피해에 대한 애도와 지원 의사 표명이 이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도 나란히 모로코에 대한 연대 의사를 표명했다. 약 7개월 전 5만 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대지진을 겪은 튀르키예도 애도 행렬에 동참했다.

모로코와 국교를 단절한 알제리와 이란 정부도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지원 제의에도 모로코 정부는 외국 구조대의 배치를 위해 필요한 공식 지원 요청을 아직 하지 않고 있다.

▲ 이달 4~11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개최되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총회에 참석 중인 제주 대표단도 숙소가 지진 피해를 입었다. 제주도

주요 외신들은 모로코에 지진 피해가 큰 배경으로 대비 부족을 지적했다. 이번과 같은 대형 지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하마드 가샤니 사우샘프턴대 구조 및 지진공학 부교수는 이번 모로코 지진 장면을 2월 터키 지진 사진과 비교한 뒤 “주로 돌로 지은 오래되고 역사적인 건물들로 가득 차 있다”라며 “붕괴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들은 낡거나 기준 이하”라고 말했다.

빌 맥과이어 런던대 지구물리학 및 기후위험 명예교수는 AP와 인터뷰에서 “파괴적인 지진이 드물게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건물을 강한 지반 흔들림에 대처할 수 있을 만큼 견고하게 건설하지 않는다”라며 “많은 건물 붕괴는 곧 높은 사상자로 종결된다”고 설명했다.

모로코 국왕 모하메드 6세는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으며 피해 지역에 식수·텐트·담요 등을 제공하고 모로코군이 구조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로코정부는 성명에서 “국왕은 이 비상한 상황에 애도와 연대, 지원 의사를 표명한 모든 형제·우호 국가들에 사의를 전했다 ”고 덧붙였다.

피해가 집중된 아틀라스산맥 지역 고지대에서는 도로가 끊기거나 산사태로 막혀 구급차 통행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장비가 부족한 탓에 맨손까지 동원해 잔해를 뒤지는 처절한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모로코군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여진 위험이 있으니 주의하고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민들에게 경고했다.

마라케시는 10월9일부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연례 회의를 주최할 예정이었다. 이와 관련 IMF 대변인은 “현재 우리의 관심은 오로지 이 비극을 겪는 모로코 국민과 당국에 있다”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모로코에 거주 중인 한인 360여 명은 거의 수도 라바트나 카사블랑카에 거주해 아직 피해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총회에 참석한 제주 대표단 6명이 모두 무사하며 호텔 주변에서 대기하면서 조기 귀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제주 대표단은 세계지질공원 재인증과 국제협력 강화 등의 일정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김학형 기자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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