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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실현인가 인민재판인가… 드라마 ‘국민사형투표’
사법 불신과 사적제재 소재의 스릴러물
TV 시청률 3%대… OTT는 국내 1위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11 09:25:21
▲ 사법 불신과 사적제재를 소재로 하는 ‘국민사형투표’는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SBS
 
SBS 목요드라마 국민사형투표3%대라는 그리 높지 않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OTT에서 줄곧 국내 1위를 달리며 화제가 되고 있다.
 
사법 불신과 사적제재를 소재로 하는 이 작품은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정체 미상의 인물이 등장해 사회적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악인들을 대상으로 국민사형투표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직접 사형을 집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이에 통쾌함을 느끼는 반면 경찰은 사형이라는 이름의 살해 폭주를 막기 위해 그를 추적한다.
 
사적제재는 스릴러물을 통틀어 가장 많이 다루어진 소재 중 하나이다. 죽어 마땅한 놈임에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마는 공권력의 해결 방식이 답답할 때 그 답답한 부분을 민간인이 직접 나서서 시원하게 해결하는 게 사적제재다.
 
사적제재의 대표적인 예로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 있다. ‘친절한 금자씨도 사적제재를 다룬 영화다. 최근에는 SBS 드라마 모범택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같은 부류에 속한다.
 
국민사형투표가 기존 드라마들과 차이를 갖는 지점은 악인의 처벌 여부를 개인이 정하지 않고 절대 다수에게 묻는다는 것이다
 
어느 날 개탈을 쓴 인물이 등장해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 간 악마들을 소환한 후 이들을 사형에 처할지 말지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이런 방식은 법관 자격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 공적인 재판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공산주의 사회의 인민재판을 떠올리게 한다.
 
인민재판은 언뜻 다수의 결정에 따라 공평하게 법 집행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무력과 공포로 대중을 선동하여 적대자를 멋대로 단죄하는 범법행위일 뿐이다.
 
6·25전쟁 당시 완장을 찬 공산당원들은 우파 인사나 지주를 공개적인 장소로 끌어내 인민재판이라는 깃발 아래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다. 그 결과 공산주의자는 손쉽게 반대파를 제거할 수 있었으며 선량한 사람들의 재물을 마음껏 노략할 수 있었다.
 
누가 봐도 악마가 틀림없는 자가 사형이라는 강력한 사적 처벌을 받는다면 대다수는 통쾌함을 느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언제나 이를 악용하려는 세력은 있는 법. 정당한 절차 없이 행해지는 징벌은 뒤탈이 나게 되어 있다. 인민재판이 그랬고 마녀사냥이 그랬다.
 
이런 허점을 의식한 탓인지 해당 드라마 저변에는 두 가지 정서가 흐르고 있다. 하나는 허술한 사법제도를 대신할 진짜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 또 하나는 자칫 인민재판으로 흐를 수 있는 사적제재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다.
 
모범택시에서 김도기가 악당들을 일망타진할 때, ‘더 글로리에서 동은이 연진 일당을 파멸로 몰고 갈 때와는 호흡이 다르다. 이 드라마는 사적제재에 대하여 내적인 회의를 품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 등장인물인 김무찬·주현·권석주 역시 정의에 대한 기준이 제각각이다.
 
긴박감 넘치는 전개와 연기자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다소 부진하다. 1회라는 감질나는 편성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드라마가 완결된 후 OTT로 몰아서 보겠다는 시청자가 많다. 삼인삼색 정의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드라마의 결말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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