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명 모로코 여진 공포 속… 2차 시련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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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국 도움에도 뒷짐 나 몰라라 소극적 태도
인접국 스페인만 군 긴급 구조대 파견 허용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11 15:12:42

▲ 10일(현지시간) 모로코 중부 아미즈미즈 인근 이미 은탈라 마을에서 한 가족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앞에 두고 통곡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규모 6.8의 강진이 덮쳐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선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생존자들도 여진 가능성 등 2차 피해 우려로 고통받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유엔은 사상자를 포함해 지진 영향권에 있는 30만 명의 주민이 재난으로 인한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모로코 당국은 10일 오후 4시 기준(현지시간)으로 총 2122명이 숨지고 2421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404명은 중상이다.

집을 잃은 사람들은 임시 천막이나 길거리에서 잠을 자며, 규모 3.9 가량의 여진까지 발생하며 공포에 떨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진보다 더 큰 피해를 몰고 올 수 있는 여진을 우려한다.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건물과 일부 지반이 이미 지진에 약해진 상황에서 추가 진동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의 지진 전문가 펠리페 베르낭은 거의 모든 지진에 여진이 반드시 뒤따른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월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처럼 여진으로 보기 까다로운 강진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P는 중세 역사도시 마라케시 인근 산악지대의 농촌 지역이 최악의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구불구불한 진입로에 지진으로 낙석까지 깔려 구조대의 접근이 더욱 힘든 곳들이다. 아틀라스산맥의 알하우즈 지역에 모로코 전체 사망자의 절반이 넘는 1351명이 집중된 것으로 밝혀졌다.

각국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로코 정부가 이를 허용하는 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현지인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고 AP는 지적했다.

파견 태세를 갖췄던 일부 국제 구호팀 조차 모로코 정부의 공식 지원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경없는 구조대’ 설립자인 아르노 프레스는 “잔해 아래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모로코 정부의 공식적인 지원 요청이 없어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국방부는 모로코의 공식 지원 요청을 받고 군 긴급구조대(UME) 56명과 구조견 4마리를 현지에 파견했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부 장관은 “최대한 많은 생존자를 구하는 게 시급하기 때문에 수색 및 구조팀을 투입할 것”이라며 “재건 과정에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로코가 서방 국가에 지원을 공식 요청한 건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스페인이 처음이다. 아프리카에서 국경을 맞댄 알제리와 서사하라가 모두 적대적 관계여서 모로코로서는 스페인이 의지할 만한 이웃인 셈이다.

프랑스에서는 전날 모로코 희생자들을 기리며 연대의 뜻을 보이기 위해 에펠탑의 조명을 평소보다 이른 밤 11시에 소등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모로코 당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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