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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아침, 북녘 마을 사람들의 분주함이 산허리를 감싼다. 마을 뒷산으로 난 구불구불 산길 위로 산소로 향하는 사람들의 걸음이 이어진다. 어머니의 손을 꼭 잡은 아이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인다.
성묘 음식을 머리에 이고 진 채 고갯마루를 오른다. 트럭 짐칸에 탄 사람들은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느릿느릿 비포장 길을 달리고, 자전거와 오토바이도 간혹 보였지만 대부분 걸어서 산소로 향했다.
최소한 사람들의 겉모습만 봐서는 저곳이 남·북한 중 어디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선명히 나뉜다. 가을걷이를 앞둔 황금빛 들녘과 죽은 이의 안식처가 나란히 놓여 있다.
풍성한 곡식이 여물어 가지만 풍요 속 빈곤이라 했던가? 정작 자신의 수고는 온전히 ‘내 것’이 되지 못한다. 협동농장에서 생산한 수확물은 “쌀로써 당을 받들자”는 구호 아래 모두 거둬 가고, 겨우 쭉정이 몇 알만이 몫으로 남겨질 뿐이다.
당장 한 끼를 또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살아 있다는 건 어쩌면 생과 사의 벼랑 끝에 선 고통일지도 모를 일이다. 살아도 살아 있는 게 아닌 것을…. 추석이라고 겨우 하루 쉴 수 있는 날이 있음에 감사해 하는 북녘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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