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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유의 상당량을 생산하는 페르시아만 6개국은 1973년 10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원유 가격을 종전 1배럴당 3달러2센트에서 3달러65센트로 17%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이 아랍 점령지역에서 철수하고 팔레스타인의 권리가 회복될 때까지 원유를 매달 전월 대비 5%씩 감산하겠다며 석유를 무기화했다.
이로 인해 서방 세계에 에너지 위기가 왔음은 물론이다. 석유를 사느라 주유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섰고, 야간 소등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OPEC의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1974년 1월1일을 기해 원유가를 배럴당 5.119달러에서 11.651달러로 또다시 100%가량 인상, 석유에 의존하던 서방세계 경제는 불황과 인플레이션에 허덕였다.
그 결과 서방의 중동 외교 노선은 친이스라엘에서 친아랍으로 기울었다. 그들의 석유무기화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1978년 12월 OPEC가 배럴당 12.7달러이던 원유가를 14.5% 인상하기로 결정한 것과 동시에 이란이 국내 정치 및 경제적 혼란을 이유로 석유 생산을 대폭 감축하고 수출을 중단함으로써 원유 가격이 현물시장에서 40달러를 넘어가며 제2차 오일쇼크가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경상수지는 1978년 116억 달러 흑자에서 1979년 322억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1973년에 발발한 이스라엘 대 아랍 세계의 전쟁 50주년을 맞은 날의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침공했다. 날짜를 일부러 맞춘 것으로 보인다. 전쟁의 규모도 50년 만에 최대다.
세계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 소탕작전을 벌이면서 확전을 우려하고 있다. 벌써 전쟁 30일 째다. 이·팔전쟁은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세계 정세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운다. 심히 걱정스럽다.
진정되어 가는 듯하던 국제 유가 급등세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 있어서다. 이·팔전쟁 초기에만 해도 과거 1·2차 오일쇼크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사태가 악화하면서 비관론이 커지는 모양새다. ‘오일쇼크’가 반세기 만에 또 닥칠지 모른다는 경고도 적지 않다.
빚더미에 오른 가계·기업도 허리띠를 바짝 죄야 한다.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정해 대응 방안을 다양하게 강구해야 한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과 무방비로 맞는 것은 천양지차다. 올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추울까 봐 걱정된다. 벌써 으스스하다.
박병헌 국제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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