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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메타버스(Metaverse)’ 사업이 100조 원 이상의 손실을 본 끝에 4년 만에 구조조정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최근 들려왔다. 한때 기술의 미래, 새로운 디지털 개척지로 불리며 수많은 자본과 기대를 모았던 가상의 공간 메타버스가 어이없을 정도로 빠르게 몰락하고 있다. 거품이 걷힌 자리에는 금광을 찾으러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 사람들의 흔적만이 남은 듯 초라하다. 수천, 수만 달러에 거래되던 디지털 부동산은 거래량이 바닥을 치며 방치됐고, 이 ‘제2의 땅’은 버려진 신기루가 되어가고 있다. 이렇듯 메타버스의 급격한 몰락은 우리에게 기술의 본질과 비즈니스의 냉정한 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메타버스 광풍의 상징은 단연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메타(Meta)’다. 2021년 저커버그는 전격적으로 회사 이름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꾸는 도박을 감행했다. 이는 단순한 리브랜딩이 아니었다. 당시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틱톡 등 경쟁 플랫폼에 밀려 젊은 세대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었고,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태 등으로 데이터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저커버그에게 ‘메타’는 위기의 탈출구였던 것일까. 그는 기존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모바일 시대 이후 다음 플랫폼을 선점해야 한다는 강박을 해소하기 위해 메타버스에 대한 확신을 밀어붙인 셈이었다.
저커버그는 수백억 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을 메타버스 연구 개발 부서인 ‘리얼리티랩스(Reality Labs)’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2019년 45억 달러에서 2024년에는 177억 달러로 적자가 커져만 갔다. 마치 돈키호테의 풍차와 같은 싸움이었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가상의 공간에 거액을 투자하는 행위는 투자자들의 불만을 키웠을 것이다. 핵심 플랫폼인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s)’는 낮은 사용자 참여도와 비현실적인 그래픽으로 혹평을 받았으며, 메타는 결국 대규모 인력 감축과 함께 AI 기술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저커버그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혁신의 전략을 구사했으나, 이는 결국 실체 없는 꿈에 투자한 결과가 됐다.
한때 광풍을 일으켰던 메타버스가 빠르게 붕괴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신기루’를 ‘땅’으로 착각했다는 데 있다. 메타버스에는 화려한 비전과 ‘새로운 개척지’라는 환상은 있었지만, 정작 사용자가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찾을 이유가 되는 현실적인 ‘효용성(utility)’ 측면에서는 의문 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수백만 원짜리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아바타를 조작하며 단순한 가상 환경을 체험하는 것은 흥미로운 ‘놀이’이거나 ‘일시적인 경험’일 수는 있어도, ‘삶의 필수 공간’이 될 수는 없었다. 무거운 기기 착용이나 멀미 현상 등 신체적·기술적 진입 장벽은 차치하고라도, 대다수의 사용자가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할 만큼 가상 세계에서의 생산적인 활동을 찾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메타버스 광풍이 순식간에 투기 대상으로 변질되었다는 점도 지적된다. 사람들은 가상의 땅을 구매하면 부자가 될 것이라는 ‘희망(보다 정확하게는 ‘탐욕’이겠지만)’을 가졌다. 하지만 땅의 가치란 그 위에서 생산되는 실제 경제 활동과 사회적 교류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실질적인 가치 창출 없이, 단순한 아바타 놀이와 허위 거래만으로는 생태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 증명됐다. 진정한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메타버스는 결국 거품이 꺼졌고 유행은 시시하게 끝났다.
메타버스 거품의 붕괴는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그 기술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매력적이지 않다면 비즈니스의 생명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화려한 신기술이나 거대 자본의 투입이 결코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성공은 기술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실제적 가치와 효용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몰락은 ‘실체 없는 기대’에 대한 냉정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테크기업들은 ‘가상 세계’라는 신기루를 좇는 대신 현실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 즉 양극화·고령화·노동력 부족 등 이 땅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에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기술은 결국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인간과 사회의 본질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거나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때만 의미가 부여된다. 메타버스 열풍은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라 할지라도 현실에 발을 디디지 않는 이상 ‘허망한 신기루’가 될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박선옥 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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