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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창간 14주년 기획 ‘부의 지도 2025’ 시리즈가 13편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경제와 부동산의 심장, 서울을 따라 부(富)의 흐름과 공간적 축을 입체적으로 추적했던 대장정이었다. 압축 성장의 신화 속에 은밀하게 형성된 자본의 네트워크를 파헤치고자 했던 시도였다.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독자들이 남긴 반응, 그중에서도 ‘화나요’ 151건이라는 강렬한 반응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지점들이 있음을 발견했다.
시리즈 2편은 ‘강남 부동산의 영원한 왕좌’인 압구정동과 청담동을 다뤘다. 한강변의 재건축 기대감과 최고급 빌라들의 은밀한 거래를 조명했던 이 기사에 대해 유독 많은 독자들이 ‘화나요’라는 반응을 남겼다. 긍정적 혹은 부정적 의견을 넘어선, 격앙된 감정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이 분노를 단순히 특정 지역의 고가 부동산에 대한 막연한 질투심으로 치부할 수 없다. 이는 한국 사회가 부를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선과 그에 내재된 ‘박탈감의 합의’로 해석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부의 축적을 개인의 성공과 노력의 산물로 인정한다. 하지만 그 부가 상위 0.1%의 특정 지역과 계층에 극도로 집중되고, 부동산이라는 ‘불패의 자산’을 통해 대물림되는 현실을 마주할 때, 사회적 공정성과 기회의 평등이라는 가치는 크게 훼손된다. 독자들이 누른 150개가 넘는 ‘화나요’는 “당신의 부는 인정하지만, 그 부가 너무나 견고하고 불공평한 방식으로 우리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강력한 항의가 아닐까.
하지만 이 분노는 부의 흐름을 좇는 언론의 역할을 멈추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부의 그림자를, 그 불평등의 뿌리를 더 집요하게 파헤치라는 준엄한 요구에 가깝다.
‘부의 지도 2025’ 시리즈를 통해 서울의 핵심 지역(압구정·청담·한남동 등)과 신흥 부촌(성수동·여의도 등)을 넘나들며, 우리는 부의 지도가 단순히 호화로운 건축물과 높은 매매가로만 채워지지 않음을 확인했다.
특히 압구정과 청담동은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통해 그 가치를 끊임없이 갱신하며 부의 영속성을 증명했다. 이곳의 아파트와 빌라는 수십 년 전 구입가 대비 수십 배의 시세 차익을 기록하며, 부의 ‘방파제’ 역할을 확고히 했다. 또 성수동의 갤러리아 포레나 트리마제와 같은 곳은 신흥 부자들과 젊은 자본을 흡수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이는 부가 기존의 기득권에서 젊고 역동적인 산업의 주역들로 일부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부각되는 것은 이러한 견고한 부(富)로 쌓아올린 성(城) 뒤에 늘어진 그림자다. 이곳은 핵심 부촌과의 ‘극심한 양극화’ 속에서 부동산이 자산 증식의 수단이 아닌, 생존과 주거의 문제로만 남아있는 대다수 서민의 삶의 터전이다. 서울 안에서조차 핵심 부촌의 자산은 치솟는 반면, 외곽 지역의 부동산은 상대적 박탈감만 키우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의 불균형’이 가시화 되고 있다. 이 간극이야말로 ‘화나요’ 150건이 향하는 궁극적인 지점일 수 있다.
‘부의 지도 2025’는 결국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이 단순한 재산 목록이 아니라,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막혀버린 현장 보고서임을 냉혹하게 드러낸 것이 아닐까. 자본이 서울의 핵심 부동산을 통해 스스로를 복제하고 증식하는 동안, 비자발적 무주택자는 그 밖에서 이 모든 현상을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이다.
언론의 역할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가장 뜨거운 곳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것이다. ‘부의 지도 2025’는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지만, 동시에 더 무거운 숙제를 안았다.
‘화나요’를 남긴 독자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부의 흐름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 그 부의 축적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책임’까지 조명해야 한다. 압구정의 호화로운 펜트하우스 기사 밑에 달린 분노는 “이 부를 어떻게 감시하고, 이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우리 모두에게 던진다.
이제 새로운 ‘땅’을 그려야 할 때다. 그것은 단순히 가격이 오르는 땅이 아니라, ‘모두의 희망을 품은 땅’에 대한 지도를 그리는 일이다. 부의 축적 과정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것만큼이나, 공공의 선(善)을 위한 부동산 정책과 시장의 투명성, 그리고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의 장을 여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
박선옥 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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