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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의 날씨에 압록강은 꽁꽁 얼어붙어 어디가 강이고 어디가 땅인지 구별조차 쉽지 않다. 돌덩이를 쌓아 올려 담벼락을 만들고 철조망을 엮어 경계를 나누었다. 국경경비대 군인이 순찰을 다니는 길, 그 길에 수많은 헤어짐과 아픔이 묻혔으리라.
도로와 기찻길 옆으로 나란히 선 감시초소와 순찰길, 총 한 자루 둘러멘 군인의 타박타박 발걸음에서 압록강 얼음장처럼 시리고 차디찬 기운이 느껴진다. 외투를 뒤집어쓴 채 눈만 빼곡히 내어놓은 군인의 모습이 보인다. 초소에서 밤새 추위와 사투를 벌였을까?
이제 막 초겨울 언저리에 들어서는 북녘 땅이지만 매섭고 시린 칼바람이 뼛속을 파고든다. ‘개털 외투(북한에서는 ‘개털슈바’로 불린다)’는 북한에서 최전방 군인만 입을 수 있다는 특별한 옷이다. 보숭보숭한 털옷이 목덜미를 감싸고 온몸을 덮어 주지만 추위에 바들거리는 몸짓은 여전하다.
마침 두 명의 군인이 경비 근무 교대를 위해 걸어가는 장면이 보였다. 강변을 향해 한참을 걸었을까? 갑자기 개털 외투를 입은 채 두 명의 또 다른 군인과 마주섰다. 무엇을 하는지 지켜봤더니 경계 근무를 교대하는 군인과 옷을 맞바꿔 건네고 있었다.
최전선 군인들도 변변한 겨울옷 하나 제대로 입지 못하는 실정이다. 저런 곳에서 사회주의 지상낙원을 외쳐댄다. 북·중 국경의 모든 길은 오직 감시초소로 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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