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한·중 정상회담 불발’ 두고 양국 전문가 엇갈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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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APEC서 도출할 구체적 성과 없어서 안 만난 것”
中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관계 개선 노력 부족 불만”

곽수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22 11:21:31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이를 두고 한국과 중국의 안보전문가들이 상반된 분석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중국 전문가가 양국 정상회담의 불발이 중국의 불만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한 데 비해, 한국 측 전문가는 APEC에서 한·중 정상이 만나서 도출할 구체적 성과가 애당초 특별히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2일 중국 선전(深圳)위성TV 즈신원(直新聞)에 따르면 왕쥔성(王俊生) 사회과학원 중국주변전략연구실 주임은 APEC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윤석열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하지 않은 것을 “매우 중요하고 또 중·한 관계의 방향을 관찰할 수 있는 사건”으로 짚었다. “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 측 행동이 중국에 만족스럽지 않아서 한·중 정상회담이 불발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왕 주임은 중국정부가 한국을 향해 불만을 품게 된 주된 원인으로 △윤석열정부 출범 후 한국이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을 적절히 처리하지 않은 점 △대만 및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한 점 △한·미·일 3자 안보동맹에 매우 적극적인 점 △중국경제에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윤석열정부의 관계개선 노력이 충분하지 않아 한·중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왕 주임이 원문에서 실제 동원한 표현은 ‘미국의 대중국 彈壓(탄압)’이었다. 미·중 대결 속 중국공산당의 인식을 드러내면서 한국에게 ‘어느 편인지 입장을 정하라’ 압력의 의미로도 읽힌다.

한편 한국의 안보전문가 연상모(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원) 박사는 다르게 설명했다. APEC에서 ‘한·중 정상이 만나서 구체적으로 도출할 성과가 없었기에 안 만났다’는 것이다. 미·중 대결 구도 아래 한국과 중국이 공유할 게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일깨운다.

양국관계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두 전문가는 평행선이다. 연 박사가 최근 중국이 한국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한·중 관계 정상화 초기단계로 진단한 반면, 왕 주임은 ‘한국정부가 관계개선 의도 내지 신호를 실질적 행동으로 바꾸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1980년생인 왕 주임은 고도성장기를 경험하면서 애국주의와 세계 패권을 향한 중국의 도전에 적극 공감하는 세대에 속한다. 20여 편 논문을 발표했으며 일부가 국내 단행본으로 번역돼 있다.

곽수연 기자 sykwa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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