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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 등으로 찬·반 양측이 대립각을 세우며 격렬하게 맞붙고 있는 법안이 있다. 다름 아닌 9일 국회를 통과한 일명 ‘노란봉투법’이다.
‘노란봉투법’의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2009년 정리해고에 맞서 77일간 파업에 나섰던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에 대해 사측이 2014년 47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노조 측이 파업으로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고 판단해 47억 원을 물어내라고 판결했다.
이 보도를 접한 한 시민이 시사주간지 보도국에 ‘4만7000원씩 10만 명이면 47억 원을 모을 수 있다’는 편지와 함께 봉투에 4만7000원을 넣어 보낸 것이 노란봉투법 캠페인의 시발점이 됐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파업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법안에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파업 노동자들에게 파업의 면죄부로 통용되는 노란봉투법은 기업을 대변하는 경영계 관계자들 입장에서 보면 ‘파업 조장법’이다. 노란봉투법이 파업을 주동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기업이 노동자에게 파업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하기 어렵게 만들어져 있다.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회사와 교섭하기 쉽게 만든 법안이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했더라도 참여한 정도에 따라 책임의 경중이 나뉜다. 즉 회사가 노동쟁의나 파업으로 빚어진 피해에 대한 보상 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각 노조원이 회사에 어떤 손해를 끼쳤는지에 대해 조밀하게 따져서 입증해야 한다. 기존 노동법에 따르면 파업으로 회사에 발생한 피해는 노조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게 되면 회사 입장에서는 피해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
또 노란봉투법에는 하청업체 근로자가 원청업체 대표를 만나 교섭할 수 있는 내용도 추가됐다. 원청업체의 대표는 의무적으로 이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하청업체의 근로자들은 원청업체의 결정으로 근로조건에 영향을 받게 되더라도 근로자가 원청업체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원청업체 대표를 상대로 교섭하거나 파업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실제로 올해 6월 대우조선해양(현재 한화오션)의 거제·통영·고성 조선 하청지회 노조는 원청 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51일간의 파업을 강행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 업무의 90% 이상을 하청업체가 담당했다. 하청업체들이 배를 점거하고 벌인 파업으로 신규 선박 진수가 지연됐으며 그 결과 회사는 약 8000억 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이에 대해 노동자 5명을 대상으로 47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2015년 이후 여러 차례 폐기됐던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재발의됐으며 2주 전에는 여당의 반대에도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 기업이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야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국회 표결을 통과한 이 법안이 ‘불법 쟁의를 면책’하는 근거가 될 수 있으며 사용자(기업)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제23조)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의 법적 책임을 사실상 면제하는 법안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노란봉투법의 효력 개시는 대통령에게 달렸다. 취임 이후 2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에게 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 것이 아닐까. 노사 간 분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이 개정안의 대안은 대통령 거부권이어야만 했을까. 국회는 도대체 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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