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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국민 자산 축적 위해 거버넌스 개선하라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28 00:02:30
▲ 윤승준 경제부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우리 증시의 고질병이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여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주가는 그만큼 따라가지 못한다. 2차전지·인공지능(AI) 등 유망 산업에 진출해도 주가는 잠깐 오를 뿐 얼마 못 가 고꾸라진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꼽히지만 증시에서는 한없이 작다. 무엇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걸까.
 
최근 한 자본시장 전문가를 만나 우리 자본시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에게 우리나라가 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리는지 물었다. 남북 대치 상황 아니면 정치권의 경영 개입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재벌이라고 불리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회사의 경영 방식이 투자 매력도를 낮춘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 몇 년을 되돌아보면 일부 대기업집단은 일반주주를 외면한 채 지배주주의 이익을 도모하는 결정을 내렸다.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한 LG화학이 대표적이다. LG화학은 2020년 말 배터리 부문을 떼어 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한 뒤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을 신규 상장했다. 주가는 흔들렸다. 2021년 1월 100만 원이 넘던 LG화학 주가는 이듬해 1월 60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은 50만 원 수준이다.
 
2010년대 초 전기차 산업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LG화학에 장기 투자했던 주주들만 ‘바보’가 된 셈이다. LG화학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물적분할·동시상장을 통해 경영권 훼손 없이 시가총액 100조 원짜리 상장사를 새로 획득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자회사를 줄줄이 상장하면서 그룹 가치를 극대화한 카카오도 주주를 외면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주식은 장기간 투자해 봤자 주주들 뒤통수만 치니 ‘단타’가 답이라는 이미지가 공고해져 버렸다 할 수 있다. 그런데 누가 자산 축적을 위해 주식에 투자할 수 있을까? 지금도 큰돈이 생기면 부동산에 투자하지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다. ‘갓물주’라는 말은 있어도 ‘갓주주’라는 말은 없다. 주식을 신뢰하지 못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거버넌스를 개선해 증시를 키워야 하는 이유는 뭘까? 경제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배당을 확대해 주주들이 연 5% 이상의 수익률을 확보하면 주식 투자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부동산 ‘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면 2000조 원에 가까운 가계부채를 줄일 수 있고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 가격을 잡는 것도 가능하다.
 
국민이 자산을 축적하는 데도 유용하다. 배당수익률이 연 5%만 돼도 은행 예·적금 이자율보다 높고 주식 보유에 따라 자산을 축적할 수 있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공단도 국내 주식을 매입해 그간 거두지 못한 이익을 거둘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증시에 자금이 안정적으로 몰리면 은행권 대출보다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가능하다.
 
다만 이는 아직 머나먼 얘기다. 우리나라 증시는 여전히 후진적이고 배당에 인색하다. 배당 재원인 순이익은 이미 R&D 등 연구 비용을 공제한 금액임에도 주주들이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총액)을 높이자고 하면 회사 투자금이 줄어든다면서 우려하는 기업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결국 거버넌스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주주들이 권리를 존중받으면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얘기다. 권리를 침해받으면 법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사의 역할로 ‘주주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는 것을 넣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이는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 행하고 있는 것으로, 글로벌스탠더드에도 맞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다. “한국은 끝났다”는 ‘피크코리아론’도 나왔다. 이럴 때일수록 자산을 축적해 소비시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기보다는 수입의 일정 부분을 주식에 꾸준히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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