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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스포츠단의 끝없는 부진이 어이지고 있다. 프로축구단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강원 FC와의 경기에서 0대0으로 비겨 창단 처음으로 K리그2로 강등돼 축구계에 충격을 안겼다.
한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FC) 2회·정규리그 4회·FA컵 5회 우승 등 K리그를 대표하는 명가로 스페인 라리가 소속 축구 클럽 ‘레알 마드리드’를 본따 ‘레알 수원’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축구 뿐만이 아니다. 프로야구단 삼성 라이온즈는 2015년 이후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다. 2021년 2위로 딱 한 번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을 뿐이고 그마저도 5위를 기록한 두산에게 업셋을 당해 최종 순위 3위를 기록했다.
농구도 마찬가지다. 농구단 서울 삼성 썬더스는 2016-2017시즌 이후 7위 이상으로 올라간 적이 없으며 최근 2시즌 연속 꼴찌를 기록하며 굴욕을 맛봤다. 이번 시즌에도 9위(12월4일 기준)로 하위권에 위치해 있다.
배구단인 삼성화재 블루팡스는 2020-2021·2022-2023시즌 2개 년도 연속으로 꼴치를 기록했고 2021-2022시즌 6위 등 하위권에 랭크됐다. 이번 시즌에는 4위(12월4일 기준)로 중위권이다.
삼성 스포츠단의 몰락은 스포츠단이 2014년 삼성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넘어가면서 시작됐다. 과거 고(故)이건희 회장은 ‘일등주의’를 표방하며 삼성을 경영했다. 이러한 이념은 스포츠단에도 적용돼 모(母)기업으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받으면서 각 종목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리그를 휩쓸었고 삼성 라이온즈는 2002년 첫 우승 이후 2015년까지 8회 우승에 빛나는 업적을 세웠다. 특히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정규리그 5연패·한국시리즈 4연패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신화를 썼다.
삼성 썬더스는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명문 구단으로 군림해 2000년대 들어 두 차례 우승을 거뒀다. 삼성화재는 실업배구에서 77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과 2005년 V리그 출범 직후에는 2014-2015시즌까지 11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우승 8회라는 업적을 이뤘다.
하지만 삼성그룹 산하 스포츠단의 운영권이 제일기획으로 넘어가자 지원금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3년 선수단의 총 연봉이 98억 원이었던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올해 80억 원대(8위)로 줄었고 삼성 썬더스의 총 연봉은 10개 구단 중 9위(20억8300만 원)·삼성화재 블루팡스의 총 연봉은 7개 구단 중 가장 낮은 18억7800만 원이다. 다만 삼성 라이온즈는 신인과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총 연봉이 83억4000만 원으로 10개 구단 중 2위를 기록했다.
삼성의 이러한 행보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일기획으로 운영권이 넘어가면서 막대한 투자보다는 효율적인 투자를 하는 것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또한 마케팅 고도화를 내세웠지만 씀씀이는 줄어들면서 삼성 스포츠단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포츠단이 꼭 마케팅 측면에서만 운영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축구장이나 야구장 등 경기장 인근에는 상권이 발달해 있다. 성적이 좋을 때는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그 주변 상권이 살아나게 된다. 삼성은 다양한 소상공인·지역 상생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스포츠단에 좀 더 과감히 투자함으로써 좋은 성적을 거두게 해 관중을 끌어모아 지역 상권을 살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삼성 경영진의 스포츠단에 대한 인식이 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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