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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제네릭 의약품’(제네릭) 만큼 오해와 논란을 일으키는 의약품 분야도 드물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효능의 제네릭 의약품이 저렴한 가격으로 수십 종류가 출시돼 과도한 경쟁을 일으키면서 의약품 시장을 혼탁하게 했다. 반면에 오리지널 의약품에 맞서 저렴한 가격으로 국민 보건에 이바지한 것 또한 사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제네릭 의약품이란 일반적으로 이미 허가된 유효성분의 종류·함량·제형·효능·효과·용법·용량·투여경로 등이 동일한 의약품을 말한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제네릭 의약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약품동등성시험 등 엄격한 품질 심사를 거쳐야 한다.
엄격한 시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제네릭 의약품은 일반적인 공산품처럼 원료를 투입해 금형에서 찍어내는 단순한 제조 과정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최근 ‘포시가’ 철수 사태로 제네릭의 가치 재증명
최근 글로벌 상위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자사의 SGLT-2 억제제 계열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리지널 ‘포시가’(forxiga·성분 다파글리플로진)를 한국 시장에서 자진 철수할 것이라는 소식이 공식 발표 전에 미리 알려졌다. 이로 인해 국산 제네릭 의약품이 새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자진 철수를 결정한 배경에는 수익성 악화가 있다. 회사가 생각한 것보다 낮은 약값과 특허가 만료되면서 100여 개가 넘는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된 뒤 약값이 추가로 30% 인하될 위기였다. 이러한 매출 감소 위기와 국산 제네릭 의약품이 포시가 시장을 위협하면서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환자를 무시한 일방적인 철수 결정에 오리지널 의약품인 ‘포시가’를 처방하던 쪽에서는 당황하고 불편한 기색이다. 반면 동일한 국산 제네릭을 처방하던 의료 전문가들은 무덤덤한 반응이다. 국내 제약 업계에서는 약 500억 원에 이르는 오리지널 포시가 시장을 두고 벌써 영업 경쟁에 돌입했다.
서울 시내의 한 내과 의사는 “오리지널 포시가를 처방받아 복용하던 환자를 설득해 국산 제네릭으로 처방을 바꾸는 것은 의사하기 나름”이라며 “지금은 국산 의약품의 품질이 오리지널 못지않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네릭 의약품이 없었더라면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 자진 철수에 매달리거나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환자를 볼모로 약값을 협상하는 외국계 제약회사의 전략에 당국이 끌려다녔을 게 뻔한 일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 철수 사태는 제네릭 의약품 산업을 더욱 고도화 시킬 수 있는 기회다. 제네릭 의약품에서 품질은 매출 상승의 첫 번째 조건이다. 제약회사의 마케팅 이전에 품질이 뒷받침돼야만 신뢰가 생기기 때문이다.
1977년 정부가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예규를 도입하면서 제네릭을 포함한 국산 의약품의 품질이 향상되기 시작했다. 2005년 KGMP 제도의 전면 도입은 국산 의약품 품질을 크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KGMP 도입으로 2005년 이후 불량 의약품 발생 건수와 부적합 의약품이 크게 줄어드는 구체적 성과로 이어졌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전부터 국내 상위 제약회사 중심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해 의약품 품질을 향상시키는 중이다. 한미약품·대웅제약·보령·제일약품 등이 스마트 팩토리를 적용해 품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종근당은 제약업계로는 국내 최초로 스마트 팩토리 기반 위에 메타버스 팩토리를 구축하고 나섰다. 내년 2분기 중에 현장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품질 향상·과당 경쟁 해소 그리고 원료 국산화는 해결 과제
반면 지난달 말 한국휴텍스제약의 내용고형제 대단위 제형에 대한 GMP 적합 판정 취소 소식은 국산 제네릭 의약품이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한국휴텍스제약은 지난해 매출액 약 2740억 원을 기록한 중견 제약회사다. 업계에서 나름대 인지도가 있다는 제약회사가 허가 사항과 다르게 약을 만들다 적발돼 GMP 적합판정이 취소된 것이다.
생산과정과 시설을 고도화시킨 제약회사와 그렇지 않은 제약회사에서 제조한 의약품의 품질 차이가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는 당국의 품질 관련 조치 내역을 들여다보면 국산 제네릭 의약품을 포함한 국산 의약품의 품질을 완전히 신뢰하기에는 힘들다.
여기에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제약업계에서 벌여온 리베이트 제공은 국내 제네릭 산업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에서 동일한 효능의 제네릭 의약품 시장을 놓고 수 많은 제약회사들이 난립한 상황이 리베이트 제공을 불러온 것이다.
가장 기본인 품질 향상은 뒷전이면서 원료를 인도나 중국 등의 국가에서 수입해 찍어낸 것처럼 만들어 판다는 인식이 생겨 복제약 혹은 카피(copy)약이라는 오명이 생겼다.
가격 경쟁만 생각하다 보니 원료의약품을 국내에서 자체 개발하기보다는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한다. 원료 의약품의 해외 의존은 자칫 제2의 요소수 사태처럼 원료를 구하지 못해 약을 생산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전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다행히도 원료의약품의 국내 생산 실적이 상승하고 있다. 원료의약품 생산액은 2018년 약 2600억 원에서 지난해 약 3조37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각국 정부는 의료비 상승으로 저렴한 가격의 제네릭 의약품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중국산 의약품은 무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인도산 의약품은 지난해 감기약을 복용한 뒤 사망 사고를 일으켜 신뢰에 치명타를 입었다.
게다가 2027년까지 특허 만료 예정인 의약품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의료 컨설팅 기관인 아이큐비아는 향후 4년 동안 특허 만료 예정인 오리지널 의약품 시장 규모가 약 2조587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대외 환경과 글로벌 제네릭 의약품 산업 속에 한국의 제네릭 의약품 산업은 앞으로도 기회가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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