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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제1회 열린포럼(이양승 국립군산대 교수 ‘전라도 시스템 부재와 비정상적 과열’
[호남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④ 민주주의 외침뿐 시스템은 부재… ‘사실상 일당 체제’ ‘권력 교체 제로’
새만금잼버리 사태는 호남 문제의 총체적 결정판
호남에서 민주당 권력은 ‘일진’ 유권자들은 ‘인질’
호남‘유권자=고객’되려면 정치 시장에 경쟁 논리 도입돼야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1-10 16:20:08
▲ 2일 스카이데일리 제1회 열림포럼 '호남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금기시되어 온 화두의 최초 공론화라는 점에서 역사적 출발이었으며 통찰·사유의 깊이를 보여 준 묵직한 발표문들이 의미를 더했다. 두 번째 발제자 이양승 국립군산대 교수가 호남에서 민주주의 시스템이 기능하지 못하는 현실과 그 배경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 제1회 열린포럼 호남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의 두 번째 발제자 이양승 국립군산대 교수의 전라도 시스템 부재와 비정상적 과열을 읽어 보자. 앞순서였던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의 호남과 대한민국과 함께 이번 포럼의 귀한 성과다.
 
한층 구체적이고 방대한 이 교수 발제문을 4회에 걸쳐 요약 소개한다. 호남 지식인에 의한, 호남에 대한 뼈아픈 자기 성찰인 동시에 대안도 제시됐다. 그에 따르면 세계적 망신을 산 새만금잼버리 사태는 호남 문제의 총체적 집약이다.  
 
▲ 이양승 교수에 따르면 사실상 일당 체제하 정권교체 가능성이 없는 호남에서 유권자는 인질이 돼 있다. 스카이데일리
새만금잼버리 사태로 본 시스템 부재비정상적 과열
 
2023새만금세계보이스카우트잼버리 사태는 호남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 줬다. 새만금잼버리 실패의 원인은 뭘까? 부지·인력·시간·돈은 부족하지 않았다. 뜨거운 국민적 관심 속에 정부 지원 및 보조금도 있었다. ‘부족했던 게 아니라 부재’, 바로 시스템 부재’가 문제였.
 
시스템은 이 아니라 기능이며 기능이란 제대로 돌아가야만 기능이다. 호남의 시스템 부재 문제는 이 지역 독재정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주주의를 외칠 뿐 시스템은 기능하지 않는다. 한 지역 언론이 새만금은 여름철 잼버리 개최에 부적합’ 등 분석 기사를 냈지만 묵살됐다
 
호남 지방 권력은 단 한 번도 교체가 없었다. 권력분립·견제·균형·감시와 같은 민주주의 시스템은 없고 요란한 민주주의 외침만 있다. 모두 한통속이니 호남에선 부패가 절대 드러나지 않는다부패 시스템 속에선 정상적인 사람들도 공범이 될 수밖에 없다. 가담하지 않으면 해코지 즉 불이익이 돌아가니 어쩔 수 없기도 하다
 
호남 발전을 위해 고향에 남아야 할 사람은 대부분 떠나고 지역 발전을 위해 그만 퇴장해야 할 노회한 인물들은 정치를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이것이 표면화된 게 새만금잼버리이며 그 모습이야말로 호남 문제의 비주얼이다. 여기선 몰염치·불성실한 사람일수록 수혜자가 되고염치 있고 성실한 사람일수록 피해를 본다.
  
청소년들이 척박한 환경에서 얄팍한 상술에 바가지 쓰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더위에 지치고 모기에 물려도 하소연도 못하고 오로지 조직위원회의 결정만 목매고 기다리지만… 조직위엔 대안이 없고… 우왕좌왕 하면서 중앙정부 긴급예산 투입을 목 놓아 기다리고…. 이 같은 새만금잼버리 사태가 호남의 현주소다.
 
‘시스템 부재비정상적 정치 과열속의 편향적 정치는 호남 청년과 백성에게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한다. 필요한 건 권력투쟁이 아니라 기본적인 시스템이다. ‘’이 없어도 일한 만큼·노력한 만큼 가져갈 수 있게 해 줄 시스템, 감시·견제의 시스템은 부재한 채 비정상적 정치 과열이 만연해 있.
 
권력교체 가능성 제로… 부패의 구조화
 
호남엔 민주주의가 형식만 남았다. 일당 체제, 몰아주기 투표 문화는 한국 사회 구석구석에 뿌리 깊지만 가장 심각한 형태로 남아 있는 곳이 호남이다. ‘체육관선거가 따로 없다. 기초단체는 물론 교육감 선거를 통해 시골 구석구석 학교들까지 특정 정당이 장악하게 됐다. 왜곡된 지방자치다.
 
호남의 지방자치 중심엔 ‘정파·이 있다. 이런 지방자치는 특정 정파 실력자의 통치를 대리할 뿐이다·으로 지방에 내려온 정치인들에겐 책임감이 없다. 부채 의식은 있다. 자신에게 지역 통치 권한을 위임해 준 중앙 인맥에게 진 빚. 지방자치제로 호남의 편향성이 더욱 심해졌다. 하향식 정당 공천제 때문이다.
 
20227월 출범한 전라북도 민선 8기에서 도의회 36곳 지역구 중 진보당이 당선된 순창군 한 군데 외 나머지 35곳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다. 비례대표 2석을 더해 전체 의석 40석 중 37석을 싹쓸이했다. 도지사를 비롯해 도내 14개 기초단체의 11, 기초의원 비례 포함 197명 중 168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이게 일당 체제 아니고 무엇인가. 권력이 바뀔 기미가 없으면 그게 바로 일당 체제다.
 
전라남도 역시 마찬가지다. 도의회 전체 의석 61석 중 56(비례 4)이 민주당 소속이다. 견제와 감시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 독재가 독재인 것은 윤리적이지 않아서라기보다 권력교체 가능성이 없어서다. 민주주의는 시스템이다. 개인의 양심이나 도덕심에 의존하면 시스템이 아니다. 일당 체제 하에선 제대로 된 시스템을 펼칠 수 없다
 
지방의회 본연의 역할 즉 기능은 지방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한 정당이 의회를 독식한 상황에서 이런 기은 작동하기 어렵다흐르지 않고 고인 지방권력은 고인 물처럼 반드시 썩는다. 정치에도 시장원리가 작용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표 몰아주기’를 시정하기 힘들다면 중앙정부와의 협의를 통해서라도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역 언론 역시 책임이 크다. 권력 교체가 없는 상황일수록 지역 언론의 역할이 더 중요한데 현실은 어떤가? 무능비효율부패 등이 감춰지며 지방자치와 지방 언론이 더불어 망하고 결국 지방 전체가 망하게 생겼다.
 
호남에서 민주당 권력은 일진·유권자는 인질
 
호남에서 민주당 권력은 일진’에 해당한. 유권자들은 스톡홀름증후군(인질이 인질범을 옹호·공감하는 것)에 사로잡혀 있다. 호남인들이 한 정당에 표를 몰아주면서 그 정당에 인질로 잡혀 있는 중이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구조를 깨야만 유권자가 고객으로 대우받을 수 있다. 하지만 권력교체 가능성이 없으니 아무도 문제 제기를 못 한다.
 
주민 지지를 얻어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 할지 모른다. 하지만 다수당의 횡포를 방지할 아무런 시스템을 못 갖췄으니 정당하지 못하다. 드물게 무소속 당선자도 있으나 이는 대개 공천 과정의 내부적 갈등 때문이며 당선되면 대부분 원래 소속돼 있던 정당으로 복귀한다. 그러니 호남에선 공권력보다 민주당이 진정한 권력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경찰검찰 수장은 몇 년 주기로 바뀌지만 민주당 권력이 교체된 적은 없다.
 
경쟁이 사라진 정치 시장에선 올바른 가치관과 실력의 소유자 대신 무능한 정치꾼들이 출세한다. 일단 권력을 장악하면 유능한 인재가 당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든다. 실력과 전략의 소유자들은 떠날 수밖에 없다.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들이 그 지역을 빠져나갈수록 그곳 권력자들은 지역민을 상대로 선동하기 쉬워진다. 자기 관할 지역 내 이익단체들과 공생을 모색하며 끼리끼리나눠 먹는다.
 
호남 지역 내 관공서대학 등 모든 공공기관은 부패의 온상이 되기 쉽다. 내부 고발은 나오기 힘들다. ‘윤리성의 문제라기보다 권력 교체가 없기 때문이다.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생태계가 흔들리는 것을 극혐한다. ‘진보를 자칭해 온 사람들이 변화를 도리어 싫어하는 것이다.
 
호남엔 복합쇼핑몰이 단 한 개도 없다. 2022년 대선 때 관련 논란이 일었다. 소비자도 양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권리가 있건만 전통시장 보호’란 명분으로 복합쇼핑몰 입점을 가로막았다. 시장 논리 아닌 정치 논리가 지역을 지배한다는 것, 그것도 경쟁이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위험하다. 호남 문제가 차별때문만은 아니다. 호남이라는 정치 시장에 경쟁이 없어서다.
 
‘중앙 연줄로 지탱되는 이름뿐인 지방자치   
 
호남에서도 누군가 출세하면 출신지에 현수막이 붙지만 정작 본인은 고향에 별 관심을 안 둔다. 다만 그 친지들이 고향 사람들에게 출세자 소식을 전하고 밥·술 사 주며 인심을 얻으려 노력한다. 출세한 본인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 연줄로 작용한다. 어떻게든 그 연줄을 이용해 민원 해결·취업 청탁 등 뭔가를 얻으려 하면서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지역 정가에선 중앙 인맥’이 많은 게 큰 자랑이다. 그 연줄을 이용해 지역을 발전시킨다는 전략이 유권자들 표심을 자극한다. 중앙의 인맥은 모든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마스터키(만능 열쇠)’로 여겨지곤 한. 그래서 큰 인물을 키우자’가 호남의 지배적 발전 전략이 돼 있다. 그런데 이게 지방자치인가? 지방자치란 스스로 구하자는 것이지 출향 인사, 즉 고향을 떠난 출세주의자들을 찾아가 도움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교섭력은 중앙 인맥이 아니라 지역 사람들 스스로 확보해 가는 것, 즉 투표 행태를 통해 만들어지는 법이다. 따라서 투표를 할 때 누가 그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애향심과 자기정체감을 따져 봐야 한다. 애향심·자기정체감은 출향 출세주의자들보다 지역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해 온 사람들이 더 강할 수 있다.
 
출향 인사들은 퇴임을 할 즈음이 돼서야 갑자기 고향 사랑이 각별해져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그런데 그들은 이미 서울 사람들이다. 자신은 관사에 살면서 가족을 서울에 거주하게 하는 지자체장들도 많다누군가에게 지역을 대표할 중요한 일을 맡겨야 한다면 애향심과 정체성이 필요조건 아니겠나
 
중앙 예산에 목맨’ 채 자멸하는 호남
 
진정한 발전이란 선진적인 시스템이 깔리는 것이다권력교체 가능성이 없는 가운데 감시와 견제라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작동할 리 없다. 모든 게 지자체장의 개인기’(예산 끌어오기)로 돌아간다. 그래서 호남은 늘 큰 인물을 기다린다. 매우 구시대적이다. ‘중앙 인맥을 활용해 자기 지역에만 특히 많은 예산을 받아 내기를 바라고 염원한다. 그것을 지역발전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재정자립도 전국 최저 수준, 고령화 전국 최고 수준…. 소멸 위기 속 호남에 꼭 필요한 것은 시스템과 인재, 반드시 없어져야 할 것은 도덕적 해이와 끼리끼리연고주의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스템이 없는 지역에 인적자본과 물적자본마저 고갈된다.
 
그렇게 되면 유능하고 성실한 사람들은 그 지역을 더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무능하고 불성실한 사람들이 채우게 된다. 빠져나가지 못할 경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근무 태도를 바꾼다. 성실했던 사람도 불성실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능률과 생산성이 낮아진다. 지역 전체가 망해 가는 것이다.
 
연고주의·정실주의는 망하는 지름길… 제도적 방지책 마련해야
 
대한민국 전체 평균에 비해 호남에선 연고와 인맥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가 일찍부터 지적한 자기파괴적 연고주의’라는 게 괜한 표현이 아니다. 지방 특히 호남에선 말 그대로 빽·줄이 더 통용된다. 연줄을 기대 못 할 청년의 경우엔 차라리 수도권을 편하게 여길 수 있다
 
강 교수는 정치와 행정의 사유화를 비판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선거 공신들에 대한 보상, 즉 낙하산인사다. ‘공직 특별전형’인 셈이낙하산인사의 바탕은 연고주의·정실주의다. 공직 특별전형과 특혜로 선거운동을 열심히 할 유인이 생긴다
 
모든 산하기관 및 공무원 임명직을 정실인사로 채운다면 그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다전문성 부족이 이들의 첫 번째 문제다. 이들은 전문성을 겸비한 사람들에 비해 업무의 노력 비용이 더 든다. 업무 효율은 저조하고 그럴수록 부패의 유혹에 취약하다. 법과 제도만으로 낙하산같은 공직 사유화를 완전 차단하기 어렵다면 최소화하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제도적 장치를 설치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정보 공개다. ‘낙하산인사와 그 임명권자는 피차 정보 공개를 할 유인이 없다지역 의회지역 언론 또는 시민단체가 나서서 전문성 검증을 위해 정보 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다만 특정 당이 지배하고 권력교체 가능성도 없는 곳에선 이것이 불가능하다.
 
빽·줄은 중앙집권의 유산이다. 애타게 빽·줄을 갈구해 온 사람들에게 목표는 지역발전이 아니라 실익과 보상이다. 이것은 대물림되기도 한다. 자기 자식에까지 음서혜택을 누리게 할 수 있다. 지역 청년들이 서울로 가는 이유가 꼭 일자리 때문만은 아니다. 차라리 서울이 상대적으로 더 공정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한국 어디를 가도 끼리끼리시스템이 만연해 있지만 가장 심한 곳이 바로 호남이다. 특히 호남처럼 인구밀도가 낮아 익명성이 약하고 몇 다리 건너면 모두 다 아는 사람인 곳에서 빽·줄 없는 청년들은 그곳이 고향임에도 더 큰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부모 찬스’가 가능한 젊은이들이 연줄을 통해 취업 기회를 상대적으로 쉽게 얻는 경향이 호남에선 더 강할 수밖에 없다. ‘빽·줄’ 정치인과 그 덕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지역발전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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