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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리버풀 전성기 이끈 클롭 감독 “떠나겠다” 폭탄선언
명문구단 리버풀 왕조 재현 위해 열정 불 살라
“고갈된 에너지 재충전한 뒤 돌아오겠다“
박병헌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21 06:31:10
 
▲ 박병헌 디지털뉴스 국장
세계 최대의 축구 시장인 축구 종가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가장 많은 우승 컵을 들어올린 클럽은 리버풀 FC. 박지성이 뛰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아니며 손흥민이 활약 중인 토트넘 훗스퍼도 아니다.
 
1892년에 창단된 리버풀은 리그 우승 18·FA컵 우승 7·리그컵 우승 8회의 금자탑을 쌓았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6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EPL명가리버풀은 2004~05시즌 이스탄불의 기적끝에 유럽 클럽축구 정상에 올랐지만 이후 예전의 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옛 명성을 재현하기 위해 라파엘 베니테스(스페인)·로이 호지슨과 케니 달글리시·브랜든 로저스(이상 잉글랜드)차례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EPL 4의 위용을 살리지 못했다. ‘붉은 제국이라 불리던 전성기는 이미 사라져 온데간데없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를 명가로 키워 낸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롭에게 리버풀을 맡긴 것은 마지막 희망이며 신의 한수였다. 리버풀은 화려한 역사를 뒤로 한 채 국내·외 팬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했고 팀 컬러나 전술적 특징도 전무했으며 이름 좀 날린다는 선수들은 입단하기를 꺼렸던 지지부진·지리멸렬 그 자체의 상태였다.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이 박수를 치며 그라운드의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93cm의 장신인 클롭은 분데스리가 2부 리그에 속한 FSV 마인츠 05에서 11년간 선수 생활을 했다. 처음에는 스트라이커였다가 28살 때 수비수로 전향했다. 비록 화려한 공격수는 아니었지만 나름 밥값은 했다. 수비수로 전향한 후에도 종종 원더골을 터뜨린 것은 공격수 출신이기에 가능했다. 리그 325경기에 출전해 52골을 기록한 걸 보면 완전 벤치멤버는 아니었다.
 
2000~01시즌 성적 부진으로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되자 마인츠 05구단으로부터 선수 겸 감독을 맡아 달라는 모험을 제안받은 클롭은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 이도 저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선수 생활을 아예 은퇴했다. 일찌감치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이유다
 
선수로 뛰어도 이상할 게 없는 34살에 감독 커리어가 시작됐다. 3부로 강등 당할 위기에 처했던 마인츠를 가까스로 구한 클롭은 2003~04시즌 세 번의 도전 끝에 마인츠 창단 99년 만에 첫 1부 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마인츠에 선수로 11·감독으로 7년, 무려 18년을 몸담았던 클롭은 도르트문트의 러브콜을 받은 뒤 구단의 어려운 재정에 맞춰 가성비 좋은 알짜배기 선수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그의 선수 영입 스타일이 일명 클롭식 알짜 영입이라고 불리게 된 배경이다.
 
미드필더 카가와 신지(일본)50만 유로(약 7억2000만 원)에 영입한 데 이어 독일대표 선수로 성장한 마리오 괴체, 폴란드 산 득점 기계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불러모은 게 이 무렵이다. 이들은 이적 첫 해부터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고, 도르트문트는 결국 꿈에 그리던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분데스리가 2연패를 이루고 독일 프로축구의 상징인 바이에른 뮌헨을 꺾고 포칼컵을 차지한 클롭의 다음 행선지는 영국 땅이었다. 도르트문트를 완벽하게 부활시킨 화려한 경력 때문에 리버풀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 줄 구세주로 평가받은 것이었다. 그 기대감은 여봐란 듯이 적중했고, 리더십은 세 시즌만에 실현됐다. 클롭은 리버풀에서 2021~22 EPL 득점왕 출신인 모하메드 살라흐(이집트)·호베르투 피르미누(브라질)·사디오 마네(세네갈) 등 공격 라인을 위시해 유럽 최고의 수비수로 평가받는 버질 반 다이크(네덜란드) 등 숱한 스타들을 키워 냈다. 
 
2011~12시즌 리그컵 우승이 마지막이었던 리버풀은 지긋지긋한 무관 기록을 끊어 냄과 동시에 무려 14년 만에 UCL 통산 6번째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이후 리버풀은 유럽 무대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호로 변모했으며, 무려 30년 만에 2019~20 EPL 정상을 차지했. 2021~22시즌엔 EPL 2위에다 FA컵과 EFL 2관왕에 올랐다. 올시즌에도 선두에 오를 정도로 파죽지세다. ‘신의 한수로 모셔 온 클롭 감독의 지도력 덕분이다
 
클롭은 올시즌을 끝으로 계약 기간을 앞당겨 리버풀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9년간 리버풀의 왕조 재건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서인지 번아웃(에너지 고갈)되어 재충전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천하의 클롭도 스트레스를 견디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리버풀을 떠나겠다는 선언은 리버풀 팬뿐만 아니라 다른 팀 서포터즈에게도 충격이었지만 팬들은 그의 의견을 절대 존중한다. 늘 겸손하고 정직한 지도자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클롭은 EPL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첼시 등 명문 클럽의 지휘봉을 모두 잡았던 스페셜 원조제 무리뉴와 달리 자신은 노멀 원(평범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리버풀에 남긴 족적은 전혀 노멀하지 않고 스페셜하다.
 
클롭은 24년의 지도자 경력 기간 동안 맡은 팀은 단 3팀에 불과하다. 모두 최소 7년 이상 장기 지도하며 열정을 쏟아부었고, 물러날 때도 경질된 적 없이 본인의 의지로 사임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해서 클롭이 감독직을 은퇴하는 것은 아니다. 리버풀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훗날 잉글랜드를 제외한 다른 리그나 국가대표팀을 맡아 축구계로 복귀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가족을 희생시키며 리버풀을 위해 충성을 다한 클롭 감독, 떠나도 좋다. 트레이드 마크인 어퍼컷 세리머니를 못 보게 되어 아쉽다. 정직한 지도자의 행운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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