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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의 세계] “비운의 천재 화가 홍우백을 소개합니다” 근대미술품 수집가 구철회
홍우백이 남긴 유일한 유화는 1974년작 정물화
화려한 수상 경력에 비해 작품 수 많지 않아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2 08:55:37
 
▲ 김화미(완쪽)·구철회 씨 부부가 평생 수집해 온 일본 근대화가 작품 앞에 섰다. 본인 제공
 
최근 미술계에는 근대화가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핫하다. 여기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이 기여한 바가 크다. 그가 김환기·이중섭·박수근·장욱진·윤중식 등 한국 근대미술 대표작 1600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면서 크고 작은 전시회가 열리게 됐다.
 
이런 가운데 뛰어난 그림 실력과 화려한 수상 이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이가 있다. 고 홍우백(1903~1982) 화백은 제4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최초로 입선한 후 수많은 미술대회에서 상을 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쟁을 거치면서 많은 작품이 소실되었고 전쟁 후에는 이렇다 할 작품 활동을 펼치지 않았다.
 
그와 친분이 있던 화가들이 대부분 월북을 하면서 연좌제를 두려워한 나머지 스스로를 축소시키고 직장생활에 안주한 탓이다. 그가 남긴 유일한 유화는 지금 울산에 거주하는 구철회·김화미 부부가 소장하고 있다. 100호짜리 정물화로 1974년 작품이다.
 
작품의 소장자인 구철회 씨는 홍우백을 한국근대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화가라고 강조했다.
 
비운의 천재 화가
 
▲ 홍우백이 남긴 유일한 유화 작품. 1974년 작으로 100호 크기다.
 
그는 조선미술전람회에서 16회나 입·특선했다. 그와 같은 수상 경력은 국내에서 그가 유일하다. 그러나 6·25 전쟁 이후 미술계에서 사라져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반드시 재조명이 필요한 화가라고 생각한다.”
 
구철회 씨가 홍우백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2018년의 일이다. 평소 그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지인이 소장하고 있는 정물화를 보는 순간 갖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혔다. 조르다시피 작품을 구입한 그는 홍사백이라는 서명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홍사백이 홍우백과 동일 인물임을 확인했다.
 
아내(김화미 씨)의 세밀하고 끈질긴 집념이 아니었다면 홍우백이라는 작가를 알아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 부부는 2019년 말 그의 셋째 아들 홍승규(올해 초 93세를 일기로 돌아가심) 님을 만나 그가 수채화 5점과 스케치 4점을 보관해 온 것을 확인했다.”
 
이에 홍우백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실로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전에 그의 수채화 5점과 스케치 1점이 전시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홍우백의 작품이 전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신문사의 과중한 업무로 그림 그릴 시간이 부족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조선미술전람회 및 미술대회에 출품하기 위해 꾸준히 연간 두세 점의 그림을 그리긴 했지만 6·25전쟁 통에 모두 사라져 현재 전해지는 유화는 1974년에 그린 100호 정물화가 유일하다.
 
월급으로 구입한 그림
 
▲ 갤러리를 겸하는 구철회 씨의 식당 '가을정류장' 내부 모습. 본인 제공
 
구철회 씨는 일본 화가가 그린 한국의 풍경화·인물화도 많이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일로 방송에 보도되기도 했다.
 
결혼 후 처갓집에 걸려 있는 일본인 화가의 산수화를 만난 게 시작이었다. 그 그림은 1923년경 오이타현에서 조선으로 건너온 사쿠마센간(佐久間扇嵓)의 작품이었다. 이 일로 일제강점기 조선미술전람회 일본인 심사위원 및 미술교사·화가가 그린 조선의 인물·풍경 작품이 꽤 있는 것을 알고 수집하기 시작했다. 20년간 모으다 보니 제법 많은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다.”
 
당시 괜찮은 중견기업에 근무했던 그는 월급을 털어 미술품을 구입했다고 한다. 어떤 때는 부인 몰래 거금을 주고 구입하는 일도 있었다. 다만 그로 인해 생활이 빠듯해져 흔한 해외여행 한 번 못 간 것이 가족에게 미안함으로 남아 있다.
 
지금 그는 회사를 은퇴하고 경남 울산 옥동에서 수제 함박스테이크 식당 가을정류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학예 팀이 방송을 보고 울산을 찾아왔다. 2015년 일본의 6개 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한일 근대미술가들의 눈조선에서 그리다전이 일본에서 개최된 사실을 알려 준 것도 그들이었다. 학예 팀은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이 같은 규모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은 내가 유일하다는 이야기도 해 주었다.”
 
이후 구철회 씨는 자신의 소장품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2021년부터 4차례의 전시회를 열었다.
 
좋은 곳에 입양 보내고 싶은 마음
 
홍우백은 조선미술전람회 및 미술대회 등에서 24회나 입·특선했지만 수상 기록에 비해 남긴 그림이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 그가 남긴 100호 유화 정물화는 아카데미적 사실주의 화풍의 궁극의 정점을 보여 주는 주옥같은 작품이다. 2022년 온양민속박물관 풍산홍씨 유물전에 출품되어 근대미술 권위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런 작품이 가게에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림을 보존하는 데는 습도와 조명이 중요한데 귀한 그림을 전시해 두는 곳이 식당이다 보니 늘 그는 이 부분이 늘 신경 쓰인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입양 보내는 것이 낫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근대건축물이 있지만 건물 외양에 비해 내부 전시품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근대건축물 내부에 근대작가의 작품을 전시한다면 볼거리도 되고 의미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그는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일본 근대미술가의 작품을 2025년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 방문단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일본 근대미술가가 그린 근대조선의 풍경·인물 작품을 한일 양국의 정상이 나란히 전시장에서 관람하는 모습을 참가국 정상들이 본다면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는 한국과 일본의 굳건한 의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술작품은 작가에게도 자식 같은 존재지만 수집가에게도 비슷한 느낌이다. 모쪼록 그의 자식 같은 수집품들이 제자리를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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