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 칼럼] 보수 빅텐트 중심 폴대는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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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진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5-13 00:02:55

▲ 심규진 스페인 IE 대학교 교수·국방부 전략기획자문위원· 전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대한민국 보수 진영은 지금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대선 주자 확정은 단순한 인물 선정의 문제가 아니라, 보수 정치의 정통성과 구심력을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해답이다.

그는 강하지 않았다. 조직도, 캠프도, 유력 언론의 지지도 없이 외롭게 싸워야 했다. 그러나 민심과 순리에 기대어, 스스로 판을 뒤집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구도다. 누구와 손잡고, 누구를 중심으로 세울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문수를 중심으로 한 김문수–한덕수–윤석열의 삼각 편대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의원총회장(의총장)에서 김문수가 당 주류를 향해 큰절을 올리고, 곧이어 한덕수 전 총리를 직접 찾아가 포옹한 장면은 단순한 예의의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보수 진영의 고질적인 분열을 넘고자 하는 정치적 선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도 절묘한 시점에 나왔다. “이제는 이재명을 막아야 한다.” 단 한 문장이었지만 과거의 앙금은 잊고 이념과 체제를 지키기 위한 통합 전선을 다시 구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프레임은 이것이다. 빅텐트는 중심이 없으면 무너진다. 김문수가 그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정통 보수의 상징으로, 도덕성과 희생의 스토리를 지닌 유일한 대중 정치인으로, 그는 메인 폴대의 자격이 있다. 윤석열은 2030의 열정과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전직 대통령이다. 한덕수는 수도권·중도·행정 기반의 실무형 지도자다. 이 삼각 편대는 이념·세대·기반을 아우르는 완성형 구조다. 이 편대를 세우는 순간 나머지는 자동적으로 고립된다. 한동훈과 이준석은 조연의 위치에서 줄타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김문수가 한동훈·이준석과 삼각 연대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이는 정치적으로 위험한 선택이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을 보수 진영에서 지우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탄핵 국면에서 김문수를 중심으로 결집했던 열성 지지층의 정체성과 충돌한다. 둘째, 김문수의 존재감은 ‘반윤’의 대체자가 아니라 ‘친윤’의 원칙적 동반자라는 위치에서 나올 때 가장 빛난다. 윤 대통령을 부정하는 순간 김문수의 고유한 윤리성과 희생 서사도 힘을 잃는다.

정치는 선명한 구도를 가져야 한다. 김문수–한덕수–윤석열은 체제와 국익, 세대와 가치가 만나는 전략적 연합이다. 반대로 김문수–한동훈–이준석은 개인의 인기·유튜브 여론·팬덤 기반의 불안정한 연대다. 무엇보다 한동훈과 이준석은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김문수를 끊임없이 비난하며 자신의 명분을 세워 왔다. 그들이 갑자기 캠프에 들어온다면 그것은 통합이 아니라 분탕의 재현이 될 수 있다. 김문수 스스로도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윤 대통령을 ‘정치적 동지’로 지킨 소수의 인물 중 하나였다. 그 일관성과 충정을 버릴 이유는 없다.

지금은 고립 전략이 필요하다. 한동훈과 이준석은 지금은 포섭의 대상이 아니라 고립시켜야 할 정치적 변수다. 고립은 공격이 아니다. 중심을 세우고 나머지를 자연스럽게 주변화시키는 것이 고립의 정치학이다. 김문수가 중심 폴대가 되어 정통성을 확보하고 윤 대통령과 한덕수 전 총리가 외곽에서 메시지와 구조를 받쳐 주면 차세대 플레이어들은 필연적으로 중심을 향해 이동할 수밖에 없다.

이 전략은 이미 현실에서 검증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의총장에서 당 주류와 화해했고, 한덕수 전 총리와의 포옹은 정통 보수의 도덕적 복원 선언이었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구국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 대중에게 일깨웠다. 이는 한동훈이 “김문수는 전광훈의 대리인”이라고 캠프 밖에서 공격하던 태도와는 전혀 다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전과 프레임전이다. 단 3주 남은 이 조기 대선에서 중심이 흔들리면 전체가 무너진다. 김문수가 중심이다. 윤석열이 상징이다. 한덕수가 가교다. 이 삼각 편대는 이미 기능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집중과 실행뿐이다.

보수는 더 이상 감정에 흔들리거나 과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김문수가 품은 것은 단순한 정치공학이 아니라 우파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세대·지역·이념 연대의 정치다. 사람을 살리고, 기회를 살리고, 체제를 살리려는 정당한 싸움이다.

이 삼각형 위에 대한민국 우파의 재도약이 걸려 있다. 김문수의 중심 폴대는 이미 세워졌다. 이제는 그 위에 텐트를 완성할 시간이다.

심규진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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