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유사시 미·중 싸우면 어쩔 건가”… 美, 日·濠에 ‘관여’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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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비 국방차관 FT 인터뷰에 전문가들·당사국, 비판적 반응
AEI “‘대만수호’ 약속 없이 동맹국만 압박하는 것은 모순”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7-13 17:10:46

▲ 3월 상원 인사청문회 때의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 콜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에 이어 2기 국방 정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나갈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국방 관련 최고위직 3명 중 하나인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일본과 호주 당국자에게 대만 문제로 미·중 간 군사 충돌 발생 시 역할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콜비 차관이 대만 유사시 이들 동맹국들에게 사실상 ‘관여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중국 억제’를 위해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에 ‘대만 유사시’ 대비를 촉구하는 게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 새로운 소식이 아니지만 반복되고 있음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시아·중국·동남아 정책 전문 연구진을 다수 보유한 싱크탱크 아메리칸엔터프라이즈연구소(AEI)의 아시아 전문가들은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니 동맹국이 구체적인 역할을 제시하긴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와 함께 미국 측이 일본과 호주에 방위비 증액을 재차 요구해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다는 한 당국자 말을 FT가 보도했고 이를 일본 매체들이 크게 다뤘다. FT에 따르면 콜비의 요구에 일본 방위성에선 대만 유사시라는 가정적 질문에 답하기 어려우며 헌법과 국내법·국제법 등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뿐이었다.

미국이 스스로 대만 방어를 공언하지 않으면서 동맹들에게만 명확한 입장 제시를 압박하는 게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AEI의 잭 쿠퍼 연구위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 본인 대만 방어를 약속하지 않았는데 다른 나라들에 명확한 조처를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몇 달간 콜비 차관이 일본·호주 국방 당국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를 계속 제기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대만 유사시 직접 적용될 구체적 작전 구상과 훈련들이 일본과 호주와 함께 논의되고 있다”며 “(콜비) 요구는 미국조차 대만 안보 보장 관련 백지수표를 제공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과 호주 정부를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만 방어 의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이 미국의 전통적 입장이었으며 트럼프 역시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기 중 공개적으로 다섯 차례 대만 방어를 약속한 바 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중국 측에선 무력시위를 벌였고 불필요한 자극이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1기 때 국방부 전략 및 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콜비는 트럼프2기 행정부에서도 중용돼 ‘미국우선주의’ 국방정책 수립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 FT에선 일본과 호주 얘기만 나왔으나 콜비의 그간 발언을 감안하면 한국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할 여지가 충분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중순 콜비는 FT에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에게 국방비 인상 목표를 3%에서 3.5%~5% 단계적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게 7월1일 예정된 미·일 2+2 안보회담 취소의 직접적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일본 정부에선 “미국 정부로부터 그런 요구를 받은 적 없다”며 GDP 2~3% 목표(2027년까지)를 자율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을 이미 발표한 상태라는 점을 역설했다. 호주 당국의 경우 “군사 개입에 대해 미리 언급하진 않는 법”이라며 사안 발생 시 정부가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선 콜비가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강경 요구와 정책 재검토를 밀어붙여 여러 차례 동맹국들을 놀라게 했다는 의견이 미 국방부 내에 있음을 짚었다. 국방장관·국무부·국가안보회의(NSC) 등과 협의 없이 결정한 일들이 잦아 이로 인한 내부 불협화음과 외교적 불편함을 꼬집기도 한다는 것이다.

FT 보도에 한국이 직접 거론되진 않았으나 콜비가 전부터 미·한·일 안보 협력의 안정성과 역할 분담에 대해 광범위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을 복기할 수 있다. 주한미군을 대북 억제력보다 중국견제로 보는 발언 또한 한국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미 수 차례 나온 상태다. 콜비는 5월26일자 FT 인터뷰에서 “미국은 대만에 집중해야 하며 북한에 대해 ‘압도적인 책임’은 한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이 중국 위협 억제 쪽으로 재조정되어야 한다는 맥락과 ‘전략적 유연성’을 말한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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