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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건 언제나 아이였습니다. 불완전한 저의 삶을 채워 주고, 없던 힘조차 생기게 해 주는 기적 같은 시간들을 통해 제 인생이 비로소 조금씩 채워지는 느낌입니다. 지금 저는 저에게 와 준 새 생명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며 그 어느 때보다 평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배우 이시영이 이혼 소식을 알린 지 넉 달 만에 임신 소식을 발표하며 한 말이다. 그는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둘째 임신 소식을 알리면서 “전남편과의 법적 관계가 마무리 되어 갈 즈음에 냉동 배아의 보관 만료 시기가 다가왔다”며 이식 이유를 밝혔다.
냉동 배아란 체외수정(시험관 아기 시술) 과정에서 생성된 배아를 -196℃의 액체 질소 탱크에 보관한 것이다. 냉동 배아는 임신 시기를 조절할 수 있어 새로운 임신법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사용되지 않을 경우 폐기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윤리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이시영도 “보관 기간이 다 되어 가는 배아를 도저히 제 손으로 폐기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한편 전남편은 이시영이 임신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 엄마가 임신 사실을 전하자 아빠로서 책임을 다할 것을 밝혔다. ‘이혼 후 출산’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한 이시영에 대해서는 응원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연예계에서 결혼 없이 아이만 낳는 비혼 출산의 예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유리는 2020년 서구의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 젠을 출산했다. 당시 그의 나이가 40세였는데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출산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한 방송에서 “어렸을 땐 비혼 출산을 생각하지 않았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결혼하고 아기 낳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선택권이 없어서 시험관으로 아기를 낳았다”고 말했다.
‘2023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비혼 관계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1만900명으로 전체 출생의 4.7%에 이르렀다. 2024년 비혼 출생아 수는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2020년 기준 비혼 출생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프랑스로 62.2%였다. 영국(49.0%), 미국(41.2%), 호주(36.5%)가 그 뒤를 이었다. 비혼 출생 비율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일본(2.4%)과 튀르키예(2.8%) 정도다.
한국은 비혼 출산뿐 아니라 출생률 자체가 세계 최악이다. 2024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국가소멸론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대로 가다간 불과 90년 후에는 인구가 약 330만으로 줄어들어 민족 소멸에 봉착한다는 인공지능(AI)의 경고도 있었다.
숱한 외세의 침략을 이기고 5000년 역사를 이어 온 우리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 저출생은 핵보다도 전쟁보다도 위협적인 국가적 재난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높은 사교육비와 치솟는 집값·물가는 젊은 세대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아이를 어떻게 낳아 키우냐, 최고의 환경을 줄 수 없다면 안 낳는 게 낫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등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사회·문화적인 이유도 있다. 여자에게 출산과 양육은 경력 단절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배운 것, 남들과 경쟁한 것이 무위로 돌아간다면 누구든 임신과 출산을 망설일 것이다. 독박육아에 대한 우려와 완벽한 부모상에 대한 압박감 역시 임신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비혼 출산이 오히려 저출생 문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2024년 합계출산율은 1.62명이다. 우리의 두 배가 넘는다. 앞의 통계에서 보듯 프랑스 전체 출생아의 반 이상이 비혼 가정에서 태어난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만든 게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PACS) 제도다. 1999년 도입된 시민연대협약 제도는 결혼하지 않은 동거 커플에게도 법적·사회적 보호를 제공한다. 사회적으로 결혼과 비혼을 차별하지 않으니 ‘결혼 후 출산’이라는 편견도 사라져 자연스럽게 비혼 출산이 증가하게 됐다.
프랑스 사회는 비혼 가정이라는 형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어쩌면 이것은 경제적 지원보다 더 중요할지 모른다. 사실 우리나라도 출산 수당이나 육아 보조금을 섭섭지 않게 지급한다. 한부모 가정에 대한 지원도 파격적이다. 그럼에도 비혼 출산을 망설이는 것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놈의 정상성 강박이 문제다. 저마다 사정이 있을 터인데 속사정은 헤아릴 생각도 안 하고 비혼 가정은 곧 ‘정상이 아닌 것’으로 못 박아 버린다. 전에는 노처녀·노총각도 비정상 취급을 받았다. 다행히 비혼까지는 ‘행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머지않아 비혼 출산도 정상의 범주에 들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통계청과 국가통계포털(KOSIS)의 조사 결과 2024년 20~29세 남녀 가운데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의 42.8%를 차지했다.
사랑의 결실로 생긴 아이를 지키고자 했던 모델 문가비와 김민희·홍상수 커플의 경우 논란은 됐을지언정 많은 응원을 받았다. 생명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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