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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영 감독은 ‘S라인’을 호기심에서 시작된 욕망이라고 말했다.
웨이브 오리지널 6부작 시리즈 S라인이 지난달 종영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결말 공개 이후 엇갈린 반응 속에서도 높은 화제성과 인기를 입증했다.
2011년부터 연재된 꼬마비 작가의 원작은 성적 관계가 시각적 선으로 드러나는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과 위선을 조명한 판타지 스릴러다. 드라마는 옴니버스였던 원작과 달리 하나의 중심 서사를 따라가도록 각색됐으며 오리지널 캐릭터 ‘신현흡(아린 분)’을 새롭게 추가해 이야기의 구심점을 마련했다.
안 감독은 “웹툰에서 결말을 이미 줬기 때문에 드라마는 프리퀄이라는 전제로 출발했다”며 “그 이전의 이야기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구성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밝혔다.
드라마의 주요 설정인 S라인은 성적 관계를 맺은 인물들 사이에 생기는 붉은 선이다.
안 감독은 “이 설정이 중심이자 시작점이었고 단순한 장치로 보이지 않도록 서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규진(이다희 분)’과 현흡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이 선이 보이는 이유와 세계관의 배경을 보완하며 현실 속 일부처럼 녹여내고자 했다.
극 중 규진은 겉으로는 선하지만 내면에는 의도를 숨긴 존재로 묘사된다. 안 감독은 그를 “신과 인간 사이에서 인간의 선택을 관찰하는 실험자”라고 표현하며 “세상에 S라인을 직접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인물이라기보다는 이를 볼 것인지에 대한 선택지를 던지는 역할”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그 선택들이 모여 결국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구조는 인간의 호기심과 욕망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닮아 있다”고 덧붙였다.
현흡은 선천적으로 S라인을 볼 수 있는 인물로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일반인과의 대비를 통해 극을 이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안경은 이 선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로 안 감독은 “현흡은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그것이 반드시 축복만은 아니다”라며 “타인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지만 정작 본인은 혼란과 고립을 겪는 복합적인 존재”라고 설명했다.
S라인은 성관계의 결과로 생기지만 안 감독은 이를 맥거핀이라 표현했다. “드라마는 성관계 자체보다 그 선이 나타났을 때 드러나는 사람들의 반응과 감정, 시선에 주목했다”며 “현흡과 ‘유준선(이광희 분)’ 사이에 처음 생긴 선 역시 성적 행위가 아니라 감정적 교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계의 본질을 시각화한 상징”이라고 말했다.
웹툰의 방대한 분량을 6부작으로 압축한 만큼 이야기의 속도감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이에 대해 안 감독은 “드라마는 구조상 결말을 향해 끌고 가야 하는 형식이고 옴니버스처럼 만들기엔 개연성을 연결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각 에피소드가 단일한 이야기로 끝나는 웹툰과 달리 드라마는 서사의 흐름이 필요해 중심인물을 새로 만들고 연결고리를 구축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불륜·집단 성폭행·친족 성폭행 등 사회의 금기된 이슈도 정면으로 다룬다. 안 감독은 “S라인이라는 장치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추고 싶었다”며 “선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피하면서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은 진지하게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시각적 표현에서도 공을 들였다. 가장 눈에 띄는 붉은 S라인은 인물의 머리 위에 떠오르는데 그는 “레이저처럼 보이면 인위적이고 흐릿하면 존재감이 없었다”며 “공기 중에 스며드는 질감을 구현하기 위해 CG팀과 수차례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시각효과가 아닌 극의 정서와 결합된 상징으로 기능하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웹툰 기반 드라마가 범람하는 최근 흐름에 대해서는 “원작 없는 콘텐츠를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그 안에서도 상상력의 여지는 충분하다. 중요한 건 원작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더하느냐”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S라인 원작에 대해 “비현실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현실적인 작품”이라고 평하며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시즌2 제작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 시점에서 논의하기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드라마가 원작의 프리퀄인 만큼 이후의 세계를 다룰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원작처럼 S라인이 모두에게 보이는 사회를 구현하기엔 아직 기술적·서사적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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