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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누구일까? 먼 나라의 신화 속 영웅에는 유명한 헤라클레스가 있다. 태어나자마자 자신을 해치려는 뱀 두 마리를 양손으로 죽였다는 영웅이다.
한국의 영웅은 역시 이순신 장군이다. 이 살신성인의 영웅이 마지막 해전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게 아니라 죽음을 위장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설이 있다. 이순신 장군 전사설을 부정하는 것은 아주 전형적인 ‘영웅서사’이다. 영웅은 사라질 뿐 죽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인 우리가 열광하는 이야기의 주인공들, 소설·동화·영화·드라마의 숱한 인물들 또한 이러한 영웅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한류의 기원이 되었던 대장금은 어떤가? 위태로운 집안에서 출생했고 자신을 해치려는 적들의 모함과 위기를 가까스로 뚫고 용기와 힘을 다해 사랑과 성공을 쟁취한 장금이는 우리 마음을 거세게 흔들어 놓았다. 드라마 엔딩에서 장금은 사랑하는 이와 어디론가 훌쩍 떠남으로써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남았다. 영웅서사의 마지막 요소를 충족한 셈이다.
영웅의 탄생은 험난하다. 래글런 경의 영웅 패턴 분석에 의하면 영웅은 부계 혹은 모계가 왕족과 관련이 있다. 특히 아버지는 왕이다. 임신 환경도 예사롭지 않고 태어날 때 생명의 위험을 겪기도 한다. 아버지나 외할아버지가 그를 살해하려는 경우도 있다. 영웅은 어린 시절 몰래 사라져 먼 나라의 양부모 밑에서 자라기도 한다. 영웅의 어린 시절은 자세히 언급되지 않지만 어른이 되면 그가 세울 나라(땅)로 간다. 영웅은 그곳에서 왕·거인·용·야수를 이기고 공주 또는 왕위 계승자의 딸과 결혼해서 왕이 된다. 그는 한동안 나라를 잘 다스리지만 나중에는 (신의 사랑을 잃고서) 왕좌에서 밀려나고 특이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는 자식이 없는 경우도 있다. 영웅은 땅에 묻히지 않지만 여러 개의 무덤을 갖는다.
이러한 영웅 패턴은 많은 창작물의 서사에 활용된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작품들은 이 패턴을 따르고 있다. 요즈음 인기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들이나 해리포터 시리즈나 헐리우드의 수많은 ‘맨(슈퍼맨·스파이더맨·아이언맨)’을 보면 알 수 있고, 드라마의 주인공 또한 모두 영웅이다. 영웅 패턴은 남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지만 여성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물론 앞서 열거한 20여개의 요소를 이들이 모두 충족시키진 않지만 그중 몇 가지는 가지고 있다.
우리가 영웅 서사물을 보면서 공감하는 것은 평범해 보이는 우리 또한 알고 보면 ‘영웅’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부모는 우리 ‘국가’의 왕이다. 우리 각자는 특이한 수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나 외조부는 우리의 의지를 꺾기 일쑤이다. 가끔 우리는 집을 떠나 –육체적으로 또는 심정적으로- 부모가 아닌 다른 멘토를 찾기도 한다. 어른이 되면 자신의 터전을 찾고 그곳에서 적과 경쟁하며 분투하고, 승리의 댓가로 원하는 것을 얻는다.
각자가 얻는 것은 모두 다르겠지만 중년쯤에는 나름 자리를 잡는다. 우리는 자신의 자리에서 임무를 완수하고 한동안 안정적인 기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직장 또는 가정에서 서서히 밀려나고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생을 마무리한다. 자녀들이 꼭 우리를 계승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지면서 나의 영혼 혹은 마음은 어디론가로 가지만, 몸은 어떤 형태로든 이 땅에 남는다. 그렇다면 우리도 영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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