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보조금 종료 D-30… 국내 배터리 업계 충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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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투자금 회수 지연...ESS 전환·하이브리드 확대 대응 전략 가속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8-31 11:21:10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 종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배터리 3사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러나 전기차(EV) 수요 급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전환만으로는 충격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9월 30일부터 신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 중고차 구매 시 최대 4,000달러까지 제공되던 연방 세액공제를 전면 폐지한다. 당초 203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던 인센티브가 트럼프 행정부의 개정으로 7년 앞당겨 종료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IRA 지원을 전제로 수십조 원을 투입해 합작공장과 단독 생산라인을 세운 만큼 충격이 불가피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단독), 오하이오(GM 합작), 테네시(GM 합작), 미시간(GM 합작), 캐나다 온타리오(스텔란티스 합작), 오하이오(혼다 합작), 애리조나(단독), 조지아(현대차 합작) 등에 진출해 있다. SK온 역시 조지아(단독 1, 2공장), 테네시(포드 합작), 켄터키(포드 합작 1, 2공장), 조지아(현대차 합작) 등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SDI 또한 인디애나(스텔란티스 합작 1, 2공장), 인디애나(GM 합작)을 통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현재까지 3사의 미국 투자액만 250억 달러(한화 약 34조 원)에 육박하며 총 540억 달러 이상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이 같은 투자로 올해에는 한국 기업이 미국 내 총 배터리 공급 능력의 76.8%를 담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이 북미 완성차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대규모 물량 공급을 전제로 설비를 늘렸지만, 보조금이 사라지면 완성차 판매가 줄고 이에 따라 배터리 납품 물량도 함께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선제 투자가 길게 회수되는 배터리 산업 특성상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특히 전기차 가격(제조원가 기준)에서 배터리 비중은 30~40%에 달하며, 특히 전기차 수요에 약 80% 가까이 의존하는 배터리 기업은 자동차 보조금으로 가격 장벽을 낮추던 구조가 무너지면 매출의 직격탄을 맞는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 폐지 시 37% 시장 축소를 예측한 바 있으며, 연구를 함께한 펠릭스 틴텔로 시카고대 교수는 30%대 시장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KIET) 황경인 연구원에 따르면 실제 전기차 보조금을 낮추거나 없앤 유럽에서 독일, 스웨덴, 프랑스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각각 27%, 16%, 3% 감소했다.

황 연구원은 ‘한국 배터리 산업의 위기 진단과 극복 전략 : 미국 감세법(OBBBA) 영향과 대응 방안을 중심으로’ 보고서와 8월 31일 공개한 '한국 배터리 산업 위기 진단과 극복 전략' 보고서에서 IRA 세액공제가 전기자동차의 판매량을 26% 증가시켰으며, 이러한 긍정적 요인이 사라질 경우 배터리 업계의 대미 투자 위축 가능성을 제시하고 국내 투자 촉진을 위한 정책적 지원 모색을 주문한 바 있다. 또한 드론, 휴머노이드 등 신수요를 통해 기회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현재 3사는 미국 현지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돌리며 새로운 시장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SK온은 조지아주 단독 공장(SK배터리 아메리카) 내 일부 전기차 배터리 라인을 ESS 전용으로 전환하고, 삼성SDI도 현지에서 ESS 라인을 확보해 연내 가동에 들어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월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 ESS 생산체계를 구축해 이미 양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ESS 전환만으로는 전기차 시장 축소에 따른 충격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미국 ESS 시장은 연평균 6~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절대 규모가 전기차 시장과 비교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ESS는 성장성이 크지만 전기차 시장과 매출 기반이 다르다”며 “전기차 물량이 줄어드는 속도를 단기간에 보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IRA 세액공제 종료 이후 올해 4분기부터 미국 전기차 시장 축소는 불가피하다”며 “ESS 전환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같은 친환경차 포트폴리오 확대, 현지 완성차 업체와의 공동 리스크 분담 모델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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