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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경제학상은 경제학에서 ‘창조적 파괴’를 강조한 슘페터의 이론을 이어받은 경제학자들이 공동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와 필립 아기옹 런던정경대·프랑스 인시아드 교수, 피터 호위트 미국 브라운대 교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조엘 모키어 교수 선정에 대해 ‘기술적 진보를 통한 지속적 성장의 전제조건을 규명한 공로’라고 소개했다. 필립 아기옹 교수의 경우엔 ‘혁신이 주도하는 경제성장을 이론적으로 설명한 공로’를 높이 샀다. 피터 호위트 교수는 ‘창조적 파괴를 통한 지속적 성장 이론을 제시한 공로’가 꼽혔다.
1969년부터 시상되기 시작한 노벨 경제학상은 스웨덴 중앙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맞아 노벨 재단에 기부한 재산을 바탕으로 제정됐다. 지난해에는 터키계 미국인 다론 아제모을루 MIT 교수와 사이먼 존슨 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가 국가 간 성장의 차이와 부의 불평등에 대한 연구로 수상했다. 한국의 성장을 칭송한 점이 눈에 띄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혁신이 더 큰 진보의 원동력이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고 수상 배경을 밝혔다. 노스웨스턴대 경제사학자인 모키어 교수는 2016년 출간한 <성장의 문화: 현대 경제의 지적 기원>이란 저서에서 18세기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한 유럽의 지적, 문화적 기원을 연구했다. 1946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유대계 모키어 교수는 경제사학 분야 석학이다. 이스라엘 히브리대를 졸업한 뒤 1974년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제학과 역사학을 가르치고 있다.
모키어 교수는 기술 진보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끈다고 분석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문화와 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역사적으로 입증했다. 그는 산업혁명이 서구에서 일어난 이유로 ‘유럽 특유의 문화’를 꼽았다. ‘위대한 풍요’라고 부르는 근대적 경제 성장은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문화’의 구성 요소인 신념·가치·선호의 급격한 전환에 의해 초래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17세기 후반 등장한 계몽주의가 자연현상을 탐구하고 연구해 활용 가능한 자연 규칙을 찾아내고 그렇게 얻은 지식을 생산 활동에 적용하면 물질적 부가 증가하고 인간의 삶이 나아질 것이란 믿음을 줬고, 이것이 19세기 경제 성장을 가능하게 한 문화적 돌파구가 됐다는 것이다.
아기옹과 호위트 교수는 창조적 파괴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이론을 세운 공로를 높이 평가받았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인 슘페터가 주창한 ‘창조적 파괴’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조명해 <내생적 성장 이론>이란 책을 공저했다. 아기옹 교수는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혁신 기업들이 국가 성장을 이끈다”며 “국가는 기업 간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고 혁신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기옹 교수는 “남한과 북한은 좋은 제도를 가진 나라가 나쁜 제도를 가진 나라보다 얼마나 훨씬 잘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는 주장도 했다.
혁신기업들이 국가 성장을 이끌며 이를 뒷받침하는 문화와 제도가 중요하다는 주장은 현재 추락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경제에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한국의 문화구조와 혁신을 저해하고 있는 기업 옭죄기 규제가 만연한 한국의 제도에 경종을 주고 있다. 성장이 반등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주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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