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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여 년간 유지돼 온 KTX–SRT 이원화 구조를 내년 말까지 완전히 통합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철도 경쟁체제’ 실험의 종착역이 사실상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8일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을 발표하며 “좌석 부족, 노선 중복, 안전관리 이원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천명했다.
첫 분기점은 내년 3월, 서울역과 수서역을 가르는 운행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마련된다. 지금까지 수서역은 SRT 전용역, 서울역은 KTX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수서역에 955석 규모의 KTX-1을 투입하고, 서울역에는 SRT가 들어오는 교차 운행이 시작된다. 좌석수가 SRT(410석)의 두 배를 넘는 KTX-1이 투입되면, 수서발 노선의 만성적인 ‘표 품절’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단순한 노선 투입을 넘어 차량 자체의 통합 운용도 병행한다. KTX-산천과 SRT 차량을 서로 연결해 운행할 수 있도록 호환 소프트웨어를 이미 개발했으며, 내년 6월부터 복합 편성 시범 운행에 들어간다. 이 경우 기존 서울–부산 왕복만 하던 KTX가 서울→부산→수서→포항→서울과 같은 순환 운행도 가능해져 차량 운용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또한 KTX·SRT 예매 시스템 역시 단계적으로 하나로 합쳐진다. 국토부는 단일 앱에서 결제·발권이 가능한 체계를 내년 말까지 구축하고, SRT→ITX-마음 등 일반열차 환승 할인, KTX–SRT 열차 간 변경 시 수수료 면제 등 이용 편의를 확대할 방침이다. 코레일 추산에 따르면 완전 통합 운행 시 하루 1만6000석의 추가 좌석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통합’이라는 더 큰 숙제도 남아 있다. 코레일과 SR은 2013년 분리된 이후 한 몸처럼 움직이지 못한 지 10년이 넘었다. 정부는 “단순한 흡수합병이 아니라 철도산업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라며 양 기관의 노사정협의체 구성, 조직·인사·재무체계 연구용역, 기업결합 심사 등 법적 절차를 순차적으로 밟을 계획이다. 국토부는 기존 KTX 브랜드에 SR이 흡수되는 방식이 아니라, 양 기관이 모두 수용 가능한 ‘제3의 통합 브랜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철도 경쟁체제가 다시 독점 구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국토부는 “코레일과 SR 모두 공기업이기 때문에 방만 경영 가능성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다”며 “서비스 질 저하는 최소화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통합 과정에서 SR 직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챙기겠다”며 “이번 통합은 한국 철도산업의 방향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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