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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와 베이커리 등에 대한 우유 원산지 표시 의무화를 둘러싸고 유업계·외식업계 간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2026년부터 미국·유럽산 유제품 관세가 완전히 사라지면서 저가 수입산 우유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훨씬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업계는 이 시점이 국산 우유 산업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소비자가 원산지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산 원유 가격은 생산비 부담으로 꾸준히 오르는 반면, 수입 멸균우유는 대규모 목장 기반의 낮은 원가로 가격 경쟁력이 크게 높아져 시장 잠식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유 소비 감소는 이미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낙농진흥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우유 소비량은 2021년 대비 2024년에 약 55만 톤 줄었고, 1인당 섭취량 역시 10kg 이상 감소했다.
반면 외국산 멸균우유 수입량은 같은 기간 가파르게 증가해 2023년에는 4만6000톤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는 “가격 부담이 큰 국산 원유로는 경쟁이 쉽지 않은데, 원산지 표기도 없다 보니 저가 수입품이 국산과 사실상 동일한 조건에서 판매된다”며 제도 공백을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외식·카페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우유의 원산지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카페 라떼, 아이스크림, 크림류, 베이커리 등 우유 기반 메뉴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현행 원산지 표시 대상에는 우유가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쇠고기·돼지고기·쌀·배추김치 등은 반드시 원산지를 적도록 되어 있어 품목 간 형평성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유업계는 “수입 멸균우유와 국산 신선우유는 신선도·영양 구성에서 차이가 있어 소비자가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외식업계를 중심으로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메뉴 구성이 복잡한 데다 원가 변동에 따라 우유 공급처를 자주 바꿀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매번 원산지를 수정·관리하는 것은 중소업체에 큰 부담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도 프랜차이즈 음식점 80곳 중 절반 이상이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규제 강화가 현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업종별로 세분화된 기준과 충분한 준비기간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의무 품목을 확대하는 방식만으로는 시장 혼란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카페·베이커리 등 소규모 매장은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메뉴판 교체 비용, 단속·과태료 부담 등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도 필수라는 의견이 잇따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산지 표시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도 “제조·외식 현장의 운영 현실까지 반영한 세밀한 제도 설계가 이루어져야 국산 우유 산업 보호라는 취지가 제대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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