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1º
습도 90%
대전 26º
습도 90%
)
▲ 한국 사람들의 조선족에 대한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다. 특히 조선족 집단 거주지역인 대림동과 가리봉동은 내국인들 사이에서는 ‘기피 지역’ 1순위가 됐다. 그러나 조선족에 의한 이 지역 범죄 건수는 최근 계속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히 존재했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많다보니 대림동에서 사는 조선족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취재기자들에게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A씨는 “부정적으로만 보는데 우리가 대답해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다른 데 가서 물어봐라”며 취재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음식점 상인 B씨도 “언론에서 범죄 발생에 대한 내용만 너무 부각시켜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동포들에 대한 인식까지 부정적으로 바뀌어서 야속할 때가 있다”고 전했다.
취재 결과 대림동의 치안은 나쁜 편이 아니었다. 한 주민은 “대림동이나 가리봉동 등 조선족 밀집지역에서는 강력 범죄보다는 조선족 동포들 간 싸움이 더 많았던 곳이었다”며 “주로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음주를 하다가 감정 싸움이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사고를 치면 중국으로 돌려보내기 때문에 과거보다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외국인 밀집지역의 범죄와 치안실태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 동포를 포함한 중국인의 범죄율은 내국인보다 더 적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내·외국인 10만명당 범죄자 검거 건수’는 몽골인이 706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미군을 포함한 미국인이 6756건으로 뒤를 이었다. 내국인의 범죄는 3692건을 보인 반면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은 2921건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조선족은 내국인들보다 죄를 덜 짓고 살고 있었다.
조선족 범죄율이 낮은 것은 외국인 신분으로 범죄를 저지를 경우 단순 처벌에서 그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범죄자의 경우 향후 비자 발급에 문제가 생기며, 중범죄의 경우 국외추방을 당한다.
최근 조선족의 트렌드는 혼자가 아닌 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정착하는 것인데,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추방되면 생계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한국에 거주하는 조선족들은 최대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 신경 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조선족 ‘만남의 장소’ 대림동…사람은 늘었지만 범죄 건수 계속 줄어
▲ 자료:형사정책연구원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은 조선족 사이에서 ‘만남의 장소’로 알려진 곳이다. 대림역에서 중앙시장에 이르는 1.5km의 길이 ‘중국동포거리’로 형성되기도 했다.
이민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가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은데, 이중 영등포구가 17.5%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영등포구에서 대림동은 조선족 동포 거주민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영등포구에 등록된 외국인 인구수는 약 3만8000명 가량이다. 그 중 중국동포는 영등포구 등록외국인의 81% 가량인 3만1378명에 이른다.
대림1·2동을 관할하는 파출소는 대림파출소다. 김희군 대림파출소장은 “대림동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폭력, 침입·절도가 대부분인데, 이마저도 최근에는 발생 건수가 확 줄었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많은 동포들이 중국과는 다른 법과 질서문화, 생활양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들의 부족한 시민의식은 최근 많이 개선되고 있다”며 “생활 치안이 많이 안정되고 내·외국인 사이의 부정적인 시선과 괴리도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김 소장은 내·외국인이 함께 하는 한마음방범대가 치안 강화에 큰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자율방범대를 재정비해 한 번에 20~30명이 지역 순찰에 참여한다”며 “현재 대림1동 25명, 대림2동 29명의 통장이 역할을 분담하며 협력 치안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림파출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3년 간 대림동 지역 폭력범죄 발생이 2013년 256건에서 2015년 237건으로 줄었다. 침입·절도 사고 역시 2013년 64건에서 2015년 46건으로 줄었다.
9년째 대림동에서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주말만 되면 20~30명씩 경찰들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싸움이 나는 일은 거의 없다”며 “길거리에 취객이 있으면 피하는 정도일 뿐, 걱정 없이 거리를 다닌다”고 답했다.
대림동에서 4년째 거주 중인 한 주민은 “시비가 붙어 싸움이 일어나는 건 다른 곳도 마찬가지 아니냐”며 “오히려 음침한 골목이 없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가리봉동은 중국동포 사이에서 ‘제2의 고향’이라고 불린다. 지난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서울에 온 중국동포들은 가리봉시장을 중심으로 ‘중국동포타운’을 만들었다. 가리봉동 역시 1990년대에 비해 조선족에 의한 범죄 사건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
중국동포 제2의 고향 가리봉동…“조선족 때문에 접수되는 사건 거의 없어”
가리봉동은 동포들 사이에서 ‘제2의 고향’으로 불린다. 이곳은 과거 구로공단에 근무하던 내국인 근로자들이 안산·시화·반월 공단 등으로 빠져 나가면서 조선족들이 빈자리를 채우며 지역사회를 구축했다.
진봉범 경위는 4년 째 가리봉파출소에서 중국동포전담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진 경위는 “가리봉동엔 1만명 넘는 중국동포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7500여 명이 남았다”며 “중국동포들이 유입되던 1990년대 중반쯤 사건이 많았지만 과거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고 했다.
진 경위는 “아직도 가리봉동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직접 다녀보면 다를 것이다”며 “솔직히 중국 동포 관련 사건 접수는 거의 없어서 사건이 있다고 말하기도 힘든 상황이다”고 했다.
가리봉동 일대는 대림동과 마찬가지로 계도·홍보 활동을 하고 있었다. 내·외국인 자율방범대와 함께 주민자치위원 활동으로 봉사활동과 법·질서 홍보를 한다. 주민자치위원 중에는 중국 동포도 2명이 포함돼 있다. 내·외국인이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동포 스스로 힘쓰고 있는 것이다.
진 경위는 “중국 동포들이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우리도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 두 문화가 상충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며 “이게 바로 윈윈전략”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자료:서울시 ⓒ스카이데일리
다문화 사회로 가는 최대 걸림돌, 부정적 시선의 내국인들 ‘아직도 여전’
실제로 조선족에 대한 내국민의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코리아리서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30대 한국인 248명 중 36%가 조선족이란 단어에 ‘경계해야 할 사람들’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가난한 사람들(16%)’, ‘공중도덕이 부족한 사람들(7%)’이란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설문조사 대상 248명 중 절반 이상이 중국동포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범죄율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었다. 중고생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는 한 주민 “솔직히 안전하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특히 밤에 취객도 많고, 시끄럽다”고 했다. 이어 “밤에는 잘 나오지 않고 주말엔 차를 타고 다른 곳에 가는 편이다”고 말했다.
가리봉시장 인근에서 36년 째 거주하고 있다는 박영자씨(69)는 “밤만 되면 중국동포가 난리법석을 부린다”며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불안한 건 사실이다”고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김희군 대림파출소장은 “간혹 내국민들의 오해와 편견으로 인한 다툼도 있다”며 “식당에서 중국 동포들이 못 알아들을 줄 알고 ‘짱개’라고 하는 등 말 한마디가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김 소장은 “차별은 좋지 않다”며 “다문화사회로 가는 이 시대에 우리가 받아들일 것은 빨리 받아들이고 이와 관련한 정책도 늘어나야 한다”고 전했다.
전국동포산업재해인협회 총무국장인 남명자씨는 “평소 비자 문제나 근무 여건과 같은 불안감으로 스트레스를 갖던 중국 동포가 사소한 시비로 화를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꾸준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리봉시장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젠 가리봉동에 중국동포들이 없으면 안 된다”며 “그동안 이곳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조선족이나 내국인들 모두 영업을 위해 치안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2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