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은 썩고 막힌 물은 넘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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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올 여름 홍수와 녹조 방지대책 마련해야

손채윤 기자페이지 + 입력 2013-05-20 02:15:15

지난해 8월 초. 한강 녹조확산으로 강동대교에서 잠실대교 구간에 조류주의보가 발령됐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팔당댐 하류에서 잠실수중보 상류 구간의 강북, 암사, 구의, 자양, 풍납 등 5개 취수원을 검사한 결과 3곳 이상에서 2회 모두 조류주의보 수준을 초과했다. 서울시는 물을 끓여 마실 것과 한강에서의 수상레저 활동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식수원을 오염시킨 원인을 놓고 당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무더위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서울시 분석과 강물의 흐름을 막아버린 4대강 사업 때문이라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맞섰다.

특히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가 강의 흐름을 막아 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지면서 조류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강의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한 근본적인 조치를 세울 것을 요구했다.

최근 4대강 사업이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4대강 사업이 검찰 수사로 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5일 4대강 사업과 관련 입찰담합 등 비리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건설업체 30여 곳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의 발표처럼 검찰의 수사방향은 입찰담합 의혹에 맞춰 진행될 것이고 앞으로의 수사과정에서 다른 의혹과 관련된 정황 등이 포착되면 그동안 의혹으로 제기된 공사대금 과다 책정, 공사대금 횡령 및 유용 그리고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이 낱낱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22조원이라는 국민혈세가 투입된 4대강 사업이 각종 비리의혹으로 얼룩져 있을 뿐 만 아니라 수질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검찰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각종 부정이 있었고 부실 공사가 진행됐다면 당연 제대로 된 공사가 되었을 리 만무하고 이로 인한 환경파괴 논란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물을 가두는 보 공사에서 수질을 개선하는 공사까지 부실이었다면 수질관리가 제대로 됐을까하는 의구심이 남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1월 감사원은 감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4대강 보의 내구성이 부족하고 수질악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설치된 보가 물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훼손될 수 있으며 또 상수원이 있는 보 구간의 경우 식수로서의 안전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검찰조사와 감사원 발표 등만 봐도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부실공사와 수질악화는 우려를 넘어 현실화됐다.

불과 며칠 전까지 예년 기온을 밑돌더니 이제는 예년 기온을 웃도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올 여름도 작년과 같이 무더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에도 무더위 때문에 녹조가 발생했고 물을 끓여 마시라고 당부할 것인가. 수압을 견디지 못해 보가 무너지게 되면 장마철 홍수로부터 우리는 안전한 것인가. 정부는 이런 걱정을 덜고자 반대에도 무릅쓰고 4대강 사업을 진행했지만 오히려 악화시킨 것은 아닌지 부질없이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정부는 감사원과 그동안 전문가들이 지적해 온 문제점들에 대해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

고인 물은 썩게 돼 있고 막힌 물은 넘치는 게 자연의 섭리다. 올 여름 홍수와 식수 문제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문제된 것은 없는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손채윤 scy73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